김상진 사진전 : 영화같은 LA의 일상-홀리우드(Holywoo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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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고달파 보이는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걷고 있는 벽화 아래천막 밖으로 나오는 반팔차림의 노숙인, 사람들의 발치에 누운 채 웃고 있는 화장 짙은 여인, 풍만한 여자형상의 튜브를 든 사내 앞으로튜브와 같은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실제 여성이 지나가는 해변 풍경, 맞은편 건물의 짙은 그늘 아래 보도블록 위를 걷는 흰 옷을 입은 수녀들, 터널 입구의 빛이 후광처럼 빛나 언뜻 예수를 연상케 하는 반라의 남자.

익숙한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이 사진들은 그러나 미국 LA의 거리 풍경이다. 연출하지 않고 오로지 관찰과 기다림으로 포착한 이미지들이다. 영화를 떠올렸다면 그 곳이 할리우드(Hollywood) 근처라는 것 뿐이다.

사진가 김상진은 "영화란 일종의‘꿈을 파는 산업’이라 생각하는데, LA라는 도시가 바로 그 산업의 거대한 현장이다. 실제로 많은 영화촬영이 LA 거리에서 이루어져 일상이 마치 영화 속 장면 같기도 하고 꿈속처럼 기이하거나 몽환적이기도 하다. 10년 넘게 LA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이방인이기도 한 나의 시선으로는 때로 이곳에서의 삶이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며 이번 전시작인 '홀리우드(Holywood)'의 작업 근간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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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연작.

2000년 미국으로 이주해 현재 LA중앙일보 사진부 차장으로 재직중인 작가는 서울에서 ㈜디자인하우스의 사진기자로 일했다. 작가는 이 때부터 지면에 실릴 사진과 개인작업을 병행해 '사진가'로서 이름을 알려왔다. 취재 중 마음을 사로잡는 피사체를 만나면 마감 뒤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 지면과 관계 없는 작업에 매달렸다.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뒤에도 '사진기자'와 '사진가'로서의 두가지 삶은 계속됐다. LA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재직하면서 틈틈이 할리우드의‘stars on walk of fame’ 거리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MOMA의 사진 전문 수석 큐레이터 존 자르코브스키의분류를 나의 작업에 적용하면, ‘홀리우드(Holywood)’시리즈는 Windows의 개념이다.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런 상황들로,관찰과 기다림을 통해 마주친 한 순간을 기록하는 형식이다. 그러한 '사진적 만남'을 기대하는 나에게 LA는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벗기면 벗길수록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기묘한 보물섬"이라고 말한다.

미국 전시에 앞서 한국에서 먼저 선보이는 이번 '홀리우드(Holywood)'전은 그의 10년을 넘긴 방대한 작업의 일부다. 홀리우드라는 제목은 아름다운가 하면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가하면 슬픈 '영화(할리우드) 같은' 일상의 풍경에 대한 풍자이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상의 '거룩함'에 대한 예찬을 동시에 품고 있다.

작가는 이번 ‘홀리우드(Holywood)’연작 이외에, LA의 한국인 이민자들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반추해보는‘The Another Korea’시리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상진 사진전 <홀리우드(Holywood)>는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1월26일부터2주간 이어진다.

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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