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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리 대출 7개월, 연체율 복병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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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군에서 막 제대한 20대 A씨는 복학하면서 급전이 필요했다. 카드론을 이용한 적은 있지만 연체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소득이 없다 보니 대출 받기가 쉽지 않았다.

은행권 최초 위비모바일대출
20대 이용 늘며 2.29% 연체
가계신용대출보다 3배 높아
카드 실적 등 심사 강화하자
이용자 줄어들어 딜레마
금융위 주중 활성화안 발표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그는 우연히 우리은행 ‘위비모바일대출’을 접했다. 위비모바일대출은 연 5.86~9.66%의 금리로 100만~1000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상품이었다. 게다가 소득이 없어도 대출을 해준다고 했다.

그런데 모바일로 대출 신청을 넣었다 실망했다. 그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액이 1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대는 최대 한도(1000만원)의 절반인 500만원으로 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며 “최근엔 심사가 더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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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해당 상품을 선보이면서 무소득·무직업도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웠다. 그런데 대출을 하다 보니 생각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바로 ‘연체율’이다. 우리은행은 결국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출 조건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위비모바일대출은 은행권에서 처음 선보인 중금리 대출 상품이었다. 은행과 저축은행·대부업체로 양극화된 국내 대출 시장의 새 ‘블루오션’으로 부각됐다. 그런데 연체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무소속) 의원이 우리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출시된 해당 상품의 연체율은 2.29%에 달했다. 지난해 10월엔 이 수치가 3.21%까지 올랐다.

 10단계 신용등급 중 6등급(4.75%)과 7등급(4.34%)에선 4%가 넘었다. 대출 보증을 선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모바일 상품이다 보니 소득이 없는 20대의 대출이 늘면서 연체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평균(0.67%)보다 세 배 이상 높고 신협과 농·수협단위조합 등 상호금융권 전체의 평균 연체율(2.19%)보다 높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은행권의 중금리 대출 상품 연체율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금리가 높을수록 연체율이 높은 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개 대출이 이뤄지는 초반에는 연체율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7개월 만에 2%대로 오른 연체율은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위비모바일 대출의 연체율이 생각보다 높아 은행과 보증보험이 보완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출 조건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서울보증보험은 우리은행에 두 차례에 걸쳐 심사 조건 변경을 요구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 6월부터 20대의 대출 한도를 낮추고 20대와 60대 이상 대출자의 최근 1년 이내 신용카드 사용 실적을 심사에 반영했다. 8월부턴 6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카드 실적을 보고 있다. 그랬더니 이용자 수의 증가세가 주춤해지는 결과가 나왔다.

연체율을 낮추려다 보니 대출 조건을 강화해야 했고 대출 조건이 강화되니 이용자 수가 준 것이다. 중금리의 딜레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의 핵심은 빅데이터에 근거해 신용 등급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금리를 적용하는 데 있다”며 “보증보험과 연계해 외부의 신용 평가를 이용하는 현행 방식은 ‘무늬만 중금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위비모바일대출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테스트 베드(시험대)’ 차원에서 진행된 사업”이라며 “1년간 위비모바일대출을 통해 대출자별 데이터를 축적하면 세분화된 중금리 대출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 평가 모델을 선보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개인금융팀장은 “중금리 대출을 사업 모델로 내세우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초기엔 보증보험의 보증을 받는 형태로 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맹점 등을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축적한 뒤 개인 신용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경험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주 금융위에서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며 “보증보험과 연계한 우리은행의 대출 모델과는 달리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 평가 방식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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