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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김본좌' 자처한 FBI…직접 아동음란사이트 운영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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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을 무차별 살포해 유명세를 치른 김본좌. 그는 2006년 인터넷을 통해 4만건이 넘는 음란물을 유포하고 수천만원을 챙겼다가 법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미국에서는 2만3000장의 음란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한 가장 큰 아동음란사이트(child pornography websit) 중 한곳의 운영자가 밝혀졌다. 그런데 이 미국판 김본좌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은 미연방수사국(FBI)였다. 아동성애자를 잡기 위한 함정수사였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에 따르면 FBI는 지난해 2월~3월 위싱턴D.C의 본부에서 플레이펜(Paypen)이라는 아동음란사이트를 운영했다. FBI는 그동안 아동성애자를 잡기 위해 가짜 링크를 거는 방법으로 함정수사를 펼쳐왔지만 이번에는 아예 직접 사이트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FBI가 음란사이트를 운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2012년 이후 최소한 세 차례 이상 음란사이트를 운영해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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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가 아동성애자를 잡기 위해 직접 음란사이트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헤비업로더의 모습. [중앙포토]

FBI가 직접 김본좌를 자처한 까닭은 무엇일까. 암호화된 네트워크 공간에서 신원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FBI가 이번에 운영한 것으로 드러난 플레이펜은 원래 존재하던 아동음란사이트. 2014년8 월 해당 사이트는 폐쇄됐다. FBI는 이곳을 드나들던 사용자들이 사이트가 부활하면 다시 찾아올 것으로 예상, 끈질긴 추적으로 사이트 서버를 찾아냈다. 이후 2월 비밀리에 서버를 자체 시설로 옮겨 직접 사이트 운영에 나선 것이다.

함정수사 논란에 대해 FBI는 "익명 네트워크는 추적이 어렵다"면서 "이런 방법이 아니고서는 아동성애자들을 잡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조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수사기관의 수사방법과 범죄의 차이가 모호해지는 모순이 생긴다"면서 "이런 방법의 수사를 주장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번 함정수사로 꼬리가 잡힌 의뢰인의 변호사는 "마약 복용자를 잡고자 직접 마약을 판 것과 다름 없다"면서 "수사는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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