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0억 시대, 젊은 빅리거가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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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올 시즌 외국인 선수 27명(한화 2명, LG·두산 1명 미정)과 계약하면서 쓴 돈은 총 2339만 달러(약 283억원)다. 계약금을 포함한 평균 연봉은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연 평균 20억원 안팎의 계약이 이뤄지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이어 외국인 선수의 몸값도 부쩍 올랐다.

한화, 투수 로저스와 23억 재계약
KIA는 화이트삭스 노에시 21억 영입
야구시장 커지며 팀들 베팅액 높여
일본과 머니 게임서도 잇달아 이겨
이름값 믿고 투자해 실패도 많아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몸값 상한선은 12만 달러(당시 1억원)였다. 올해는 20억원 이상을 받는 선수들이 생겼다. 18년 만에 20배가 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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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일 한화는 지난해 활약했던 에스밀 로저스(31)와 계약금과 연봉을 더해 190만 달러(23억원)에 재계약했다. KIA도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출신 투수 헥터 노에시(29)와 170만 달러(21억원)에 계약했다. 2014년 1월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한(30만 달러) 폐지 후 외국인 선수 영입 비용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한화는 지난해까지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뛰었던 포수 윌린 로사리오(27)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로사리오는 2011년 콜로라도에서 데뷔해 지난해까지 447경기에서 타율 0.273, 71홈런·241타점을 기록했다. 로사리오의 지난해 연봉은 로저스(148만 달러·18억원), 노에시(195만 달러·24억원)보다 많은 280만 달러(34억원)였다.

 지난 시즌 중반 70만 달러(8억원·구단 발표액)를 받고 한화에 입단한 로저스는 시속 160㎞에 이르는 강속구를 앞세워 10경기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를 기록했다. 선발 등판할 때마다 8000만원을 주는 셈이어서 한화의 투자가 과하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로저스는 연봉이 아깝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2012년부터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KIA의 전략은 명확하다. 국내 FA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외국인 선수 3명에게 330만 달러(40억원)를 쏟아부었다. 신생팀 프리미엄으로 외국인 선수 4명을 쓸 수 있는 kt(275만 달러)보다 65만 달러(8억원)를 더 썼다.

 최근에는 일본 프로야구와의 머니게임에서도 지지 않는 양상이다. 한화는 라쿠텐, 요미우리 등과 로저스 영입 경쟁을 펼쳐 승리했다. 노에시도 일본 구단에서 눈독을 들인 선수였다.

대니얼 김 MLB 해설위원은 “연 1000만 관중 시대를 앞두고 프로야구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구단들이 투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팬들은 응원팀이 꼴찌를 하는 것보다 투자에 인색한 ‘짠돌이’ 이미지를 갖는 걸 더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MLB 복귀가 불가능한 30대 선수들이 주로 한국에 왔지만 요즘은 다르다. 현재까지 계약을 마친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30세다. 20대 선수도 9명이나 된다. MLB 풀타임 경력을 갖춘 선수들도 많다.

대니얼 김 위원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3~4년 활약하면 500만 달러 이상을 쉽게 벌 수 있다. 그 정도면 미국에서도 좋은 대우다. 마이너리그(트리플A)에 머물기 아까운 선수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이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우승하고, 류현진(29·LA 다저스)·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가 MLB에서 성공하면서 한국 야구에 대한 평가도 좋아졌다.

게다가 각 구단이 외국인 선수들을 특별관리하기 때문에 한국은 외국인 선수들이 선호하는 리그가 됐다. 몇몇 선수들은 가족들을 한국에 불러 함께 생활하고 한국에서 아이도 낳았다. 6년째 두산에서 뛰는 더스틴 니퍼트(35·미국)는 최근 한국 여성과 결혼했다.

 과한 투자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계약 규모가 커지자 에이전트들이 무리한 몸값을 요구하고 여러 구단과 흥정을 붙이는 사례가 종종 있다. 선수의 기량이 아닌 이름값만 믿고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많다.

대니얼 김 위원은 “국내 구단들도 선수 영입에 대해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갖춰야 한다. 어떤 구단은 통계 분석을 통해 ‘키가 큰 투수가 국내 타자들을 상대하는데 유리하다’는 기준을 만들었다. 또 국내 야구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플라이보다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들을 선호하는 구단도 있다”고 전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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