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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스웨덴 의사의 이중생활…직접 만든 벙커에 여성 감금ㆍ성폭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예의바르고 정중한 의사였다.

여성에게 수면제 주입한 딸기 먹이고 납치 후
5년간 직접 만든 벙커에 6일간 감금 후 성폭행
스웨덴 검찰 "수년간 여성 감금하려 했을 것"

하지만 가면 뒤의 그는 180도 다른 인물이었다. 여성에게 약물을 먹이고 자신이 5년간 설계한 벙커에 납치, 성폭행을 일삼았다. 지난해 9월에 발생한 사건이다.

주인공은 마틴 트레네보그(38).

영국 데일리메일은 18일(현지시간) 이 사건을 스웨덴판 ‘프리즐 사건’이라며 비중있게 보도했다.

프리즐 사건은 2008년 친딸을 24년 간 지하에 감금한 뒤 강간해 7명의 아이를 낳게 만들어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몰어넣었던 일이다.  트레네보그가 여성을 감금한 기간이 그토록 길진 않았지만 치밀한 수법이 닮았다는 것이다.

스웨덴 검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지난해 9월 12일 이 의사는 스톡홀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의 아파트를 방문했다. 이 여성과는 딱 한번 전화통화와 만남을 가진 적이 있었다. 여성의 집에서 의사는 수면제를 주입한 딸기를 먹이고 여성이 잠들자마자 성폭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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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인 여성에게 먹인 수면제를 주입한 딸기의 꼭지. [사진 스웨덴 경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잠든 여성을 휠체어에 태우고 스톡홀름에서 500km 떨어진 스웨덴 남부 크리스티안스타드주에 있는 자신의 아지트로 데려왔다.

이동할 땐 치밀했다.

경찰 검문이나 폐쇄회로(CC)TV에 얼굴이 노출되지 않게 노인 가면을 쓰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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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납치할 때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썼던 노인 가면 [사진 스웨덴 경찰]

벙커 형태로 만들어진 아지트는 침실, 화장실, 부엌으로 구성돼 있으며 문은 이중 구조로 만들어져 탈출이 불가능했다.

트레네보그가 5년간 직접 자기 손으로 설계한 곳이었다.

이웃이 감금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30cm 두께의 콘크리트 방음벽까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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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여성을 납치, 감금할 목적으로 직접 만든 벙커 내부 [사진 스웨덴 경찰]

남성이 검거된 것은 스스로 경찰서를 방문하면서다. 여성 옷가지를 챙기러 아파트에 다시 들렀다가 비밀번호가 바뀐 것에 당황해했다.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비밀번호를 바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겁을 먹은 남성이 다음날 피해 여성을 경찰서에 데리고 방문했고, 여성은 ‘나는 아무 문제없이 잘지내고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남성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여성을 따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스웨덴 검찰은 “직접 만든 벙커에서 여성을 감금 성폭행한 것으로 보아 범인은 수년간 같은 범행을 지속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레네보그의 지인들은 그에 대해 ‘사회성이 부족했지만 대체로 예의바르고 정중했던 의사’로 기억하고 있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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