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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상 당한 尹 외교, 북핵대응 외교는 계속…첫 조문객은 리퍼트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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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6시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 노모를 여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키고 있는 상가에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들어섰다. 막 조문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조문 온 리퍼트 대사,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빈소에서 북핵 협의
‘어머니 작고’ 직후에도 예정대로 안보리 이사국 이집트 외교장관과 통화

윤 장관의 가족과 친척을 제외하면 사실상 첫 조문객이 리퍼트 대사였다. 그는 방명록에 “미 정부와 국민을 대신해 조의를 표한다. 윤 장관과 가족에게 깊은 지지의 뜻을 전한다”는 글을 쓰고 고인에게 예를 갖췄다.

외교부 관계자는 “6시부터 조문을 받는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리퍼트 대사가 기다리기라도 한 듯 거의 정각에 찾아와서 윤 장관과 한동안 현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갔다”고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는 조화를 보내왔다.

윤 장관이 모친상 중에도 ‘북핵 대응 외교’를 계속하고 있다. 평소 워커홀릭으로 유명한 그이지만, ‘빈소 외교’까지 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외교가에선 나온다.

17일 빈소에 다녀간 미 고위급 외교관은 리퍼트 대사 뿐이 아니었다. 6자회담의 미 측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찾아왔다. 한국 측 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함께였다. 성 김 대표는 마침 전날 한·미·일 외교차관급협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 수행차 일본 도쿄에 머물다 서울로 바로 온 참이었다. 미얀마를 들렀다 19일 방한하는 블링컨 부장관보다 먼저 서울에 와서 한국 당국과 북핵 관련 협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윤 장관은 조문을 받은 뒤 성 김 대표, 황 본부장과 조용한 옆방으로 가서 대북 제재 등을 주제로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19일 황 본부장이 모스크바에서 한·러 6자 수석대표 협의를 할 때 어떤 이야기를 할 지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했다.

윤 장관이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은 건 주말인 16일이었다. 하지만 연두 업무보고를 위한 준비회의가 밤까지 이어지면서 어머니에게 가보지 못했다.

윤 장관의 어머니는 17일 오후 1시 작고했다. 그런데 윤 장관은 빈소에 있지 않고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향했다. 오후 5시 무렵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과의 통화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통화를 마치고 난 뒤에야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가 조문객을 맞기 시작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집트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고, 대북 제재를 위해 우리가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며 “그래서 우리가 먼저 통화를 하고 싶다고 요청해 잡힌 약속인데, 이쪽 사정이 생겼다고 갑자기 바꾸는 건 결례라는 게 윤 장관의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19일 오전 발인 뒤 오후에는 다시 외교부 청사로 복귀해 업무를 볼 계획이다. 당장 업무보고가 22일로 코앞에 닥쳐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외교부 설명이다. 20일에는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을 면담한다. 당초 블링컨 부 장관은 방한 첫날인 19일 외교부를 예방할 예정이었지만, 윤 장관이 상중인 것을 감안해 일정을 하루 늦췄다고 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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