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 에이즈 사망 줄어들 때, 백인 청년 마약 사망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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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이 미국 백인 청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마약과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약물 과다 복용’(Drug Overdose)으로 인한 미국 백인 청년(25-34세)의 죽음이 급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약물 남용으로 인한 백인 남성의 사망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1999년에 비해 백인 청년의 약물 남용으로 인한 사망률이 5배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999~2014년에 걸쳐 수집한 6000만건의 사망신고서를 뉴욕타임스가 분석한 결과다. 백인 청년이 약물 남용으로 죽은 비율은 10만명당 6명(1999년)에서 10만명 당 30명(2014년)으로 크게 높아졌다.

 약물 남용으로 인한 백인 청년 사망률은 특히 저학력층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고졸 미만 학력에선 약물 남용으로 인한 사망이 23% 늘어나는 동안 대학 이상 학력에선 4% 증가했다. 약물 남용으로 인한 35-44세 백인 남성의 사망률도 3배 증가했다.

 지난 15년간 미국에서의 눈부신 의학 발전도 마약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의 이언 로켓 역학조사관은 “약물 남용과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만성질병으로 인해 사망률이 줄어든 것을 역행한다”고 분석했다.

 약물 남용으로 인한 미국 흑인 청년들의 사망률도 증가했지만 소폭에 그쳤다. 흑인 전체로 봤을 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으로 사망하는 미국 흑인들이 꾸준이 줄어들어 사망률이 내려갔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봤을 땐 흑인과 백인의 급격한 차이가 많이 줄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약물 남용 인한 사망률이 흑인 남성보다 백인 남성에서 급증한 건 인종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약물 남용 전문가인 앤드류 콜로드니 박사는 “의사들은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의 환자들이 마약성 진통제를 팔거나 중독될 것을 우려해 처방하는 것을 꺼린다”며 “오히려 인종에 대한 선입견이 소수 인종 환자들이 마약에 중독되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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