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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문기자가 본 중국-대만 관계의 앞날은?

중앙일보

입력

‘천하 대세는 나뉜 지 오래면 합쳐지고 합친지 오래면 나뉜다(話說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삼국지의 첫 구절이다. 중국은 지금이 바로 합쳐지는 게 대세인 시기라 생각한다.

1997년엔 홍콩을, 99년엔 마카오를 품에 안았다. 이제 남은 건 대만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 다 뜻과 같지는 않다. 16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당의 강령으로 삼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에 풍랑이 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양안 문제를 매번 다음 세대에게 미룰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돌파구 마련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 시진핑은 차이잉원에게 어떤 카드를 내밀까.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대만전략은 단순했다. 무력통일이다. 그러나 덩샤오핑(鄧小平)의 생각은 달랐다. 한 국가 안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가 병존할 수 있다는 ‘한 나라 두 체제(一國兩制)’를 제시했다.

79년 1월 1일엔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로 평화통일 방침을 천명했다. 58년부터 진먼다오(金門島)에 가하던 포격도 중지했다. 효과가 있었다. 대만은 처음 ‘불타협 불접촉 불담판’의 3불(三不)정책으로 맞서다 87년 대만인의 중국 내 친지 방문을 허용했다.

양안은 이후 해협양안관계협회(海協會)와 해협교류기금회(海基會)란 민간기구를 내세워 담판을 시작했다. 92년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국과 대만이 각자의 명칭을 사용한다(一中各表)는 데 합의했다. 이른바 ‘92공식(共識)’이다.

그러나 중국은 예기치 않은 통일의 적을 만났다. 이제까지의 싸움 상대는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이었다. 국민당은 ‘발은 대만에 딛고 가슴은 대륙을 품는다(立足臺灣 胸懷大陸)’는 기개로 대륙 탈환을 목표로 한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데 장제스의 아들 장징궈(蔣經國) 사후 정권을 잡은 리덩후이(李登輝)가 몸은 국민당에 담고 있으면서도 대만 독립의 민진당 편을 들기 시작하며 중국 통일의 적에 변화가 생겼다. 중국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민진당이 주인공이다.

양안은 얼어 붙었고 2000년엔 천수이볜(陳水扁)이 민진당 출신의 첫 총통이 됐다.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대만의 생존 공간을 없애려 애를 썼다. 천이 2004년 재선되자 전략을 바꿔 대만 내 야당 공략에 나섰다.

대만 국민당과 친민당 등 야당 지도자를 잇따라 대륙으로 초청하고 2005년엔 ‘반(反)국가분열법’을 만들어 대만이 독립으로 나아가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대만 상인의 대륙 투자를 격려하며 대만과의 경제협력을 증진시켰다.

효과가 컸다. 2008년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가 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2010년엔 대만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고 2012년 대선 때는 국민당에 적대적인 대만 남부 주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들의 과일을 대거 사들이기도 했다.

당시 마잉주에게 도전했던 차이잉원이 패배하게 되는 한 원인이다. 그러나 이제 다시 차이가 정권을 잡게 됐다. 시진핑은 차이잉원을 어떻게 상대할까. 먼저 차이의 입장을 살필 필요가 있다.

차이는 ‘소통과 불도발, 의외의 일 만들지 않기’의 3원칙으로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를 추구하겠다고 말한다. 과거 대만 독립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92공식 지지를 천명한 것도 아니다.

차이는 천수이볜과 같은 양안 관계의 트러블 메이커가 되지 않겠으며 또 마잉주와 같이 중국에 경사되지도 않을 것이라 한다. 중국의 통일 압박과 민진당의 독립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이 할 일은 중간에 놓인 차이잉원을 중국 쪽으로 적극 견인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론 92공식을 낳은 중국식 지혜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편리한 해석으로 각기 명분을 지키면서도 실질적 협력을 도모하는 방법이다.

차이잉원이 ‘92공식’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걸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시진핑-차이잉원 만남을 추진할 수 있다. 이미 시진핑 측근이 차이와의 만남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고 한다. 채찍을 들기에 앞서 대화 공세를 펼 가능성이 크다.

유상철 논설위원·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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