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약왕 구스만, 체포 전 숀 펜과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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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되기 며칠 전 숀 펜과 만나 악수하고 있는 마약왕 구스만(오른쪽) [사진 = 롤링스톤스 캡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8)이 체포 전 미국 영화배우 숀 펜(55)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구스만은 숀 펜과의 인터뷰 뒤 며칠 만에 멕시코 경찰에 붙잡혔다.

인터뷰는 지난해 10월부터 전화통화 등을 통해 틈틈이 진행돼오다 지난주 초 숀 펜이 직접 멕시코 산꼭대기에 있는 구스만의 은신처를 찾아갔다고 NYT는 전했다. 숀 펜이 정글 같은 구스만의 은신처를 찾는 과정도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멕시코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경비행기를 이용해야 했다. 숀 펜은 100명 이상의 대원들이 구스만의 은신처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숀 펜과의 저녁 식사에 구스만은 실크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채 등장했다.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 식사에는 멕시코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틸로도 동석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숀 펜은 당시 식사자리를 비롯해 이전에 진행한 전화통화까지 총 7시간가량 구스만과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는 당초 9일 오후 롤링스톤스 잡지의 온라인 기사로 실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구스만은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보지 못하고 하루 직전 체포됐다.

숀 펜은 “구스만과 만남이 성사될 때까지 철통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일회용 휴대전화, 익명의 이메일 주소 등을 사용했다”며 “하지만 멕시코 수사당국과 미국 마약단속국의 추적에 결국 우리 움직임이 노출됐다”고 말했다.

앞서 아렐리 고메스 멕시코 연방 검찰총장은 구스만 체포 기자회견에서 “구스만이 자신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하는 ‘전기 영화’에 관심을 보였다”면서 “구스만 또는 구스만의 심복과 영화 관계자 사이의 통화를 추적해 그들을 덮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전적 영화 제작에 큰 관심을 보인 구스만이 영화 제작자, 배우들과 전화통화한 내역이 행방 추적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구스만은 숀 펜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마약 혐의 등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고 한다. 그는 “6살 부터 오렌지와 음료수 등을 팔았고 나중에 마리화나 등을 키우기 시작했다”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무기를 소지하거나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데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구스만은 마약조직 ‘시날로아’를 이끌며 수십억 달러 상당의 마약을 미국으로 밀반입하고 조직폭력으로 수천 명을 사망케 한 혐의 등으로 미국 정부의 수배를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말 구스만의 신병인도를 요구했으나 한 달 뒤인 7월 구스만이 교도소를 탈옥했다. 구스만은 교도소에서 1.5㎞ 길이의 땅굴을 통해 탈옥했으며 6개월 만인 8일 멕시코 서북부 시날로아주 로스모치스의 한 가옥에서 멕시코 해군에 생포됐다.

NYT는 멕시코 수사당국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구스만이 미국으로 압송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미국의 공식 인도요청이 오면 송환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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