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 여성비행사 발자취 따라 영국-호주 비행한 53세 영국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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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전 제작된 비행기로 3개월간 영국에서 호주까지 2만여㎞를 비행한 여성 모험가 트레이시 커티스-테일러. [사진 데일리메일 캡처]

1942년 제작된 날개가 두 개인 복엽(複葉) 비행기를 홀로 몰고 3개월여 만에 영국 런던 인근에서 호주의 시드니까지 2만1000㎞를 날아간 여성 모험가가 있다. 영국인 여성인 트레이시 커티스-테일러(53)다. 1930년 26세의 나이로 영국~호주 구간을 처음으로 단독 비행한 전설적인 여성 비행사인 에이미 존슨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서다.

커티스-케일러는 10월 런던 인근의 판보로 기지에서 출발했다. 그는 자신이 도중 사망할 수 있다고 보고 장례 절차를 마련해뒀다. 연주곡까지 정했다. 실제 루마니아에선 사실상 비행 불가능할 정도로 짙은 안개를 만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상공에선 모래 폭풍을, 호주에선 강한 열풍을 견뎌야 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진실로 위험한 순간은 따로 있었다. 파키스탄 상공에서 불현듯 거대한 독수리 등 맹금류 무리 속을 비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였다. 한 마리와만 충돌해도 치명적일 수 있었다.

커티스-테일러는 "새들이 나를 피할지 내가 피해야할지 몰랐다. 그러나 어쨌든 헤쳐나왔다"며 "존슨의 비망록에도 같은 얘기가 있었다. 80년 후에도 똑같았다"고 했다. 그리곤 "(비행을 성공한 후) 성취감이나 승리감은 없다"며 "난 그저 비행하기만 바란다. 당장 내일이라도 날고 싶다"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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