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이 달라져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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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세계는 중국을 주목해 왔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북한을 압박할 효과적이고도 강력한 카드를 중국이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그런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대북 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까닭이다.

 북한 핵실험이 거듭될수록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져온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도 중국은 관련 당사국 모두의 자제를 요구했던 과거와 달리 북한(朝方)을 특정해 정세를 악화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북한을 콕 집어 말하기는 처음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신년 모임에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눈앞에 두고 북핵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대북 압박 수준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과 관련해 몇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 번째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한반도의 정세가 평온하기를 바라는 중국의 안정 희구 심리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붕괴나 한반도의 전쟁 등 비상 상황 발생을 극구 막으려 한다. 두 번째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면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중국 내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셈법에 의해 중국은 지난 6년간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해 접근해 왔다.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해결하고, 북한과는 정상적인 경제교류를 통해 정상 국가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면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중국은 본다. 이런 투 트랙 접근을 중국은 북핵 문제의 증상과 원인을 함께 치료하는 ‘표본겸치(標本兼治)’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런 논리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얻기 어려웠다. 북한의 앞문은 틀어 막았지만 중국으로 향하는 뒷문을 휑하니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중국도 당초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의 바람과는 달리 두 차례나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제 중국이 달라져야 한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시대 들어 각 부문의 혁신(創新)을 강조한다. 북핵 정책에도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중국은 북핵이 점차 치유할 수 없는 암적 존재가 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동북 3성을 주축으로 한 동북진흥(東北振興)의 꿈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중·미 경쟁의 프리즘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버려야 한다. 미국과의 대결을 의식해 북한의 그릇된 행동까지 감싸고 돌다 보니 북한이 이를 역이용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히려 중국은 북핵 문제를 중·미 공조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과 손을 맞잡고 북핵 해결에 팔을 걷어붙여야 두터운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건설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중국의 달라진 모습이 곧 나올 유엔 결의의 철저한 집행에서부터 보여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