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삼남 홍걸씨 더민주로 총선 출마? 박지원 "그런 일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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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낮 12시쯤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실버위원회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동교동계 출신 인사들이 다수 참석한 행사였다. 이 자리에는 송현석 실버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삼남 홍걸(52)씨가 참석했다.

홍걸씨는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적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아닌데 언론에 이름이 많이 오려내혀서 난감하기도 하다”며 “어머니께서는 현실 정치에 개입하시는 분이 아니다”고 인사말을 했다. 그는 “야권이 분열하고 싸워서 정부ㆍ여당에게 어부지를 주는 참담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문재인 대표의 측근이자 당 총무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재성 의원이 마련했다. 최 의원은 “요즘 탈당하시는 분들이 호남 민심이 더민주에서 이반되고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아 탈당하는데, 이분들이 호남의 리더로서 민심을 끌고갈 수 있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권노갑 상임고문과 박지원 의원 등이 다음주 탈당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걸씨가 더민주측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였다. 송 위원장은 “홍걸씨의 얘기를 듣고 다들 탈당을 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홍걸씨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더민주 안팎에선 내년 총선에 그가 비례대표에 배정받거나 호남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신당으로 쏠리고 있는 호남 민심을 잡을 카드로 홍걸씨를 거론하는 것이다.

송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홍걸씨의 총선 출마와 관련해 “홍걸씨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동교동계 출신인 문희상 의원도 홍걸씨에 대해 “훌륭한 분이고 충분히 영입대상”이라고 평가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말도 잘하고 성정이 맑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홍걸씨의 출마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 의원은 “홍걸씨의 출마는 이희호 여사와 권노갑 고문, 박지원 의원 등과 맞물려 있어서 그들 내부의 결정이 나면 우리 당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쉽게 결정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홍걸씨의 출마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동교동계인 박양수 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이 여사는 평소에도 홍걸씨에게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홍걸씨는 공부도 더 해야 하고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더민주 소속 인사들이 홍걸씨를 정치에 끌어들이려 해선 안 된다”며 “권노갑 고문이 12~13일에 탈당하고 정대철 고문이 그 이후에 하고 박지원 의원이 뒤따라는 순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민주 주류측 의원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법은 없다”면서도 “홍걸씨를 공천하면 친노 지지자들과 시민단체 쪽에서 “아직도 왕조 시대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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