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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중국, 중국, 중국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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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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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정보기술(IT)과 다른 산업 간의 경계는 사라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도 무의미해졌다. IT의 발전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면서다.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은 이런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행사다. 내비게이션 ‘김기사’로 유명한 록앤올의 박종환(44) 대표가 행사에 참석해 기술 혁신의 새로운 트렌드를 살폈다. 그의 CES 참관기를 싣는다.

‘김기사’ 개발자 박종환이 본 현장
가상현실·드론·로봇 등이 주인공
대륙 약진, 열도 부활 움직임 확연

 올해 CES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단연 자동차였다. 주요 업체들은 자율주행기술, 지능형 운전석, 자동차 통신기술 등을 선보였다. 자동차는 이제 앞차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알아서 주행을 하고, 갑자기 자동차가 끼어들면 급브레이크를 밟아 운전자를 보호한다. 자동차 안에서 운전자는 손짓만으로 음악이나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킨다. “김 기사, 출발해”라고 말하면 자동차는 스스로 목적지까지 달려 사용자를 내려주고 주차까지 마치는 시대가 눈 앞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자동차가 알아서 주행하려면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차 안에 수많은 센서와 통신 시스템을 장착해야 한다. 이 기술은 그간 장벽이 높았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빠르게 확산하고 가격도 낮아졌다. 자동차와 IT의 융합이 가능해진 배경이다.

 이런 IT와의 융합은 다른 산업·기술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CES에서 주요 기업이 선보인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한 스마트홈·헬스케어·웨어러블기기 등이 그 예다. 예컨대 미국 ‘스타트래커’가 선보인 스마트 농구대는 농구화와 코트의 센서를 연동해 사용자의 기량을 분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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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태우는 세계 최초 드론 중국의 드론제조업체 이항(億航·EHang)이 6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 ‘이항 184’를 공개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를 통해서다. 이 제품엔 사람 한명을 태우고 23분간 비행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AP=뉴시스]

 행사장을 돌면서 한국의 여러 산업 분야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다. 관심사는 다양했지만 이들이 입을 모은 부분은 ‘중국의 약진’과 ‘일본의 부활’이다. 이번 CES 참가 업체 3곳 중 한곳은 중국 기업으로 전시관 면적은 지난해 세 배로 늘었다. 드론 전시관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모인 곳은 중국의 DJI였다. 중국의 부호 자위에팅(賈躍亭)이 창업한 ‘패러데이 퓨처’는 1000마력의 엔진을 갖춘 전기차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화웨이는 699유로(약 87만원)짜리 고가 스마트폰을 공개하고, TV 제조사들은 삼성·LG와 같은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기술을 선보이며 이젠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소니·파나소닉을 필두로 한 일본 기업들도 TV·가전·오디오·카메라·게임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라인업을 강화하며 ‘권토중래’를 노렸다.

 가상현실(VR)·드론·로봇·3D프린터 등이 CES의 새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도 주목해야할 변화다. 이들 기술을 중심으로 앞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필자가 현장을 둘러본 뒤 호텔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떠올린 단상은 한국에선 제도나 규제가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우려였다. 주요 선진국은 무인자동차 운행과 관련한 입법화를 끝내고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법적 근거도 마련하지 못했다.

정리=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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