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교류 확대” 다음날 도발 … 남북관계 셧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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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긴급 NSC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은 “군은 한·미 동맹 협력체계를 긴밀히 유지하면서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이병호 국정원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황교안 국무총리, 박 대통령,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사진 청와대]

낮 12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소집→오후 1시30분, 청와대 국가안보실 대북 규탄성명 →오후 2시10분 박근혜 대통령 “상응하는 대가 치르게 할 것” 발표….

[북 “수소폭탄 실험”] 파장
새해 초 내민 손 무색하게 해
‘8·25 합의’ 대화 모멘텀 실종
김정은, 당국회담 사흘 뒤
수소탄 실험 명령 내려
정부, 대북 확성기 재개 검토

 6일 하루 청와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낮 12시30분 북한이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하기 전부터 각종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렇게 해서 나온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강했다. 박 대통령은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 “도발엔 단호하게 응징” “동맹국·우방과 공동 대처” 등 날 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하루 전인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게 저의 소망”이라며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간 통로 확대” 등을 언급했다. 새해 첫날 국립서울현충원 방명록에 “평화통일을 이루어”라고도 썼다.

하지만 김정은의 수소탄 실험은 신년 초 내민 손을 무색하게 했다. 남북관계는 당분간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의 수폭 실험은 임기 4년 차를 맞아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모색하려던 박 대통령과 정부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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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25 합의로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도 약해졌다. 남북은 지난해 12월 11~12일 개성공단에서 차관급 당국회담을 열며 ‘1차’라는 표현을 썼다. 올 들어 2차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당국회담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공교롭게도 당국회담 전날인 지난해 12월 10일 김정은은 수소탄 보유 발언을 했다. 북한은 6일 수폭 실험 성공을 발표하면서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15일 ‘수소탄 시험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남북 당국회담이 결렬된 지 사흘 만이다.

 이제 정부의 대북정책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병광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정부는 신뢰의 틀 속에서 대화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젠 대북 압박정책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의 흐름은 외교안보 부처 곳곳으로 확산됐다. 군은 전군 경계태세를 격상하며 비상대응체제에 들어갔다.

지난해 8·25 합의로 중단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도 주목된다. 당시 정부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북한과 합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병세·한민구, 전화로 각국 공조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와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오후 3시40분쯤 외교부 청사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찾아와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윤 장관은 이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 등과 통화한 데 이어 존 캐리 미 국무장관과도 전화로 한·미 공조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6일 오후 10시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통화한 뒤 7일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 대사는 “러시아도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김형구·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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