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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샤오미폰 판매 중단, 소비자 선택권을 조롱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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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형 통신사와 온라인 쇼핑몰이 손잡고 중국 샤오미(小米·좁쌀)의 최신 스마트폰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팔다 이틀 만에 중단했다. 통신업체 KT와 온라인쇼핑몰 인터파크는 4일부터 KT에 신규 가입하거나 번호를 이동하는 조건으로 16GB짜리 샤오미 홍미노트3를 6만9000원, 32GB짜리는 11만9000원에 각각 판매했다. 가격이 중국 현지보다 더 싸고, 성능도 괜찮아 적잖은 소비자가 몰렸다고 한다. 하지만 30시간 만인 다음날 저녁 KT의 요청으로 갑자기 판매가 중단됐다.

 KT는 “마케팅을 담당하는 자회사가 본사와의 협의 없이 진행한 걸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업계 내부에서조차 ‘샤오미의 약진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입장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 6년차인 샤오미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의 두 배가 넘는다. 이런 회사 제품을 대형 통신사가 들여와 파는 게 부담스러웠으리란 것이다.

 사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제조업체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같은 유통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모두 손꼽히는 대기업이다. 이런 탓에 수입산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높고 정부 규제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07년 미국에서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이 까다로운 국내 인증 절차와 국내 통신사들의 ‘제조사 눈치보기’로 2년이 지난 2009년에야 국내 시장에 선보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샤오미폰 판매 중단이 이런 분위기 탓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를 선도한다는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이 안방을 지킬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는지에 의문을 던져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두 번은 몰라도 언제까지 대기업 간의 ‘짬짜미’나 ‘이심전심’으로 시장을 지킬 순 없는 일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소비자가 국산과 수입산을 가리지 않고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야 시장 효율성이 높아지고 경쟁을 통한 혁신이 가능해진다. 경쟁을 촉진할 ‘메기’가 꼭 국산이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하루빨리 떨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