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도 진화할까?…허블 망원경이 포착한 중간질량 블랙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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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과 찬드라 X선 망원경이 포착한 SDSS J1126+2944 은하. 화살표가 가리키는 지점에 중간질량 블랙홀로 추정되는 천체가 있다. [사진 미 콜로라도대]

‘미스터리 천체’ 블랙홀의 진화 과정을 풀 수 있는 단서가 허블 망원경에 포착됐다. 미국 콜라라도 대학 연구팀은 지구에서 10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관측해 중간질량 블랙홀(intermediate blackhole)로 추정되는 천체를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중간질량 블랙홀은 우주 생성의 중요 단서로 꼽히고 있어 천체 물리학계에서 요즘 ‘핫’한 분야 중 하나다. 현재까지 발견된 중간질량 블랙홀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

블랙홀은 질량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태양 정도 질량을 가진 블랙홀은 항성 블랙홀 혹은 스텔라 블랙홀(Stellar blackhole)이라 부른다. 가장 무거운 블랙홀은 거대질량 블랙홀이라 부르는데 태양보다 100만배 이상 무겁다. 개중엔 태양보다 10억 배 이상 무거운 거대질량 블랙홀도 존재한다. 중간질량 블랙홀은 스텔라와 거대질량 블랙홀 사이에 있다. 태양 질량과 비교하면 100배~100만배 정도 무겁다.

세 가지 블랙홀 중 우주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건 거대질량 블랙홀이다. 천 만개 이상의 별이 모여 만든 우리 은하를 비롯해 다양한 은하계 중심엔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천문학자들은 거대질량 블랙홀이 은하 생성 과정에서 특별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선임연구원은 “블랙홀이 다양한 물질을 빨아들이면서 주변 온도를 높이는 등 우주 생성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아직 없다”며 “중간질량 블랙홀은 거대질량 블랙홀로 가는 과정을 연구하는데 있어 꼭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학자들은 중간질량 블랙홀이 모여 거대질량 블랙홀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간질량 블랙홀은 빛을 내뿜지 않아 관측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관련 연구 역시 더디다.

미국 연구팀이 중간질량 블랙홀을 찾아내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과 찬드라 X선 망원경을 활용했다. 두 망원경을 통해 지구에서 10억 광년 떨어진 ‘SDSS J1126+2944(이하 2944)’ 은하를 관측했다. 그 결과 은하 중심에서 7000광년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블랙홀 2개를 발견했다. 그 중 블랙홀 하나가 거느리고 있는 별의 질량 합계가 유독 작았다. 주변의 빛조차 삼키는 중력장을 지닌 블랙홀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몸무게보다 200배 무거운 별들을 거느린다.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별을 거느리고 있는 블랙홀에 주목했다. 그리곤 이 블랙홀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2가지로 좁혔다. 첫 번째는 두 은하게 합쳐지는 과정에서 큰 블랙홀이 작은 블랙홀의 별을 빼앗아 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정은 중간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이다. 콜로라도 대학 스콧 배로우 박사는 “다양한 가능성을 조합하면 이 블랙홀이 드물게 발견되는 중간질량 블랙홀로 판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발견된 블랙홀이 중간질량 블랙홀로 최종 확인되면 은하 및 블랙홀 생성 원리를 이해하는데 있어 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된다. 블랙홀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손 선임연구원은 “결론이 어느 쪽이든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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