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외교 단절에 중재 나선 국제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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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4일(현지시간) 바레인과 수단도 이란과 외교 단절을 선언하면서 중동의 위기가 깊어지자 유엔을 비롯한 전세계가 양국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4일 양국 사이에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조치를 피할 것을 촉구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반 사무총장은 이날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2일 이란에서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데 대해 “개탄스럽다”며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 단절 발표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유엔 대변인실이 밝혔다. 반 사무총장은 전날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선 “이란 국내 외교 시설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유엔 측은 특사가 4일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한 데 이어 이번 주말엔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테판 르 폴 프랑스 정부 대변인도 “프랑스는 사우디 내 시아파 지도자 처형으로 촉발된 양국 간 갈등이 완화되길 바란다”며 “긴장을 줄이기 위해 양측에 모두 자제 요청을 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스테펜 사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도 “사우디와 이란은 관계 개선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며 “양국 관계는 시리아와 예멘 위기를 해결하고 지역 전체를 안정시키는 데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현지 국영통신인 ‘리아노보스티’도 익명의 러시아 외무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외교 단절은 지난 2일 사우디 정부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시아파 47명을 테러 혐의로 처형하면서 촉발됐다. 이중엔 사우디 시아파 공동체 지도자인 셰일 님르 바크르 알-님르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의 사형 소식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는 같은 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과 마시하드 시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대해 보복 공격을 가했고, 하루만에 사우디 정부는 이란과의 국교 단절을 선포했다. 이후 수니파 국가인 바레인과 수단이 국교 단절에 동참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과의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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