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농식품 분야는 청년 일자리 블루오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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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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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필자는 2000년대 중반 미국 대사관에서 농무관 생활을 하면서 미국 농업현장을 방문하고 미국 농업의 장단점을 들여다봤다. 미국 농업의 가장 큰 무기이자 성공요인은 ‘기술개발’이다. 다른 나라가 따라오지 못할 농업기술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당시 “친환경·녹색 산업에서 50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발광다이오드(LED)조명, 태양열 발전, 가축분뇨처리기술 등 이른바 ‘그린잡(Green job)’에 대한 집중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LED의 원천기술은 비농업분야에서 개발되었으나 식물공장이나 농작물 재배 등 농업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바이오에너지, 생명공학, 식물공장 등 첨단과학기술이 농업에 접목되어 고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선진국 현실이다. 필자가 만나본 미국 연구자들도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을 전공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인식하고 있고 농작물을 ‘첨단 과학소재’로 변모시키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과제다. 특히 농업분야는 청년일자리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농업기술개발은 농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새로운 희망을 줄 것이다. 식물공장은 원래 우주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기술이나 현재는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활용된다. 농업 생명공학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최고의 엘리트들이 생명공학 분야로 몰리고 있다.

 우리 청년들은 농식품 분야에 관심이 적다. 우리 농업의 총 부가가치는 연간 25조원으로 국가 전체 GDP의 3% 정도다. 이 비중은 생산 중심의 ‘먹는 농업’만 감안한 수치다. 최근 농업은 생산을 넘어 가공·유통·식품·수출·체험·관광·의약·신소재 등 새로운 영역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관련 산업을 합치면 전체 GDP의 10%가 넘고 종사자 숫자도 400만 명에 가깝다. 식품안전·위생·물류·수출입·포장·디자인·마케팅 등 농업의 외연은 무한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청년들의 농식품분야 관심 제고를 위해 유통공사는 지난해 ‘농식품 미래기획단’을 구성했다. ‘얍(YAFF, Young Agri-Food Fellowship)’이라고 불리는 이 조직은 국내외 3000명의 청년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농식품업체를 방문해 기업 CEO와 면담하면서 꿈을 키우고 각오도 다진다. “농산물 수출현장을 보니 무역학 개론을 듣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다”, “농업 분야에 이렇게 많은 일자리가 있는 줄 몰랐다”며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

 종자, 에너지, 생명공학 등 농업기술 발전은 물론이고 한식세계화와 농식품 수출확대를 위해 스토리텔링·커뮤니케이션·외국어 능력을 갖춘 인재가 농식품 분야에 유입돼야 한다. 이들이 외식이나 식품수출, 해외 기술지도 등 세계무대에 활발히 진출해야 우리 농식품 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농식품 분야가 청년들의 창의와 열정, 도전정신을 기다리고 있다. 청년들이여, 농식품 현장으로 오라!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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