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놓친 김하성, 두 메이저리거에게 받은 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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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김하성(21)은 신인상을 놓쳤지만 두 메이저리거에게 유산을 받았다. 강정호(29·피츠버그)와 박병호(30·미네소타)는 김하성에게 메이저리거가 되는 법을 보여줬다. 강정호는 '야구기술', 박병호는 '생활습관'을 김하성에게 남기고 떠났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거 강정호와 박병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2014년에 프로에 입단해 강정호의 백업 선수로 한 시즌을 보냈고, 지난 시즌엔 미국으로 떠난 강정호의 빈자리를 채워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또 김하성은 박병호의 지난 시즌 원정 숙소 룸메이트였다. 1루수 박병호와 포지션은 다르지만 곁에서 박병호의 24시간을 함께 했다.

김하성은 "강정호 선배는 워낙 최고일 때 봐서 닿을 수 없는 존재였다. 유격수 포지션인 강정호 선배께 타격, 수비 등 야구와 관련된 모든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강정호처럼 야구 센스가 있는 거포 유격수다. 발도 빠르다. 2015 시즌 14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0·19홈런·73타점·22도루를 기록했다.

뛰어난 활약에 지난해 연봉 4000만원에서 무려 300%가 오른 1억6000만원에 2016시즌 연봉 계약을 했다. 지난 시즌 연봉 대비 300%의 인상률을 기록한 김하성은 2011년 연봉 계약 당시 손승락이 기록한 271.4%의 인상률을 넘어서며 팀 창단 후 최고 인상률을 작성했다.

하지만 김하성은 아쉬운 게 있다. 20홈런-20도루를 목표로 세웠지만 이루지 못했다. 강정호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지만 구자욱(삼성)에게 신인왕을 내줬다. 김하성은 "시즌 막판에 20홈런을 이루지 못한게 가장 아쉬웠다. 비시즌에 파워를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호가 이지풍 트레이너 코치가 이끄는 넥센식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워 거포 유격수로 성공한 것처럼 김하성도 몸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밀가루 음식은 먹지 않고 닭가슴살, 고구마 등을 먹고 하루에 3~4시간씩 웨이트를 하고 있다. 김하성은 "좀 더 강하고 빠른 타구를 날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내년엔 20홈런-20도루를 꼭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하성이 박병호에게 배운 건 성공하는 생활습관이었다. 그는 "박병호 선배는 배울 점이 정말 많다. 특히 좋은 생활습관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항상 일찍 일어나서 제일 먼저 야구장에 출근해서 훈련을 준비했다. 피곤할텐데 숙소에 돌아오면 영어공부도 했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 준비를 열심히 했다. 쉬는 시간에 숙소나 라커룸에서 영어공부에 몰두하고, 외국인 선수들과도 수시로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두 메이저리거에게 받은 유산으로 김하성의 목표는 커졌다. 그는 "두 선배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내 목표도 메이저리그 진출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 때는 1군에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두 선배들을 보면서 점점 꿈이 커진다"며 "나중에 강정호·박병호 선배와 다시 함께 같은 그라운드에서 만나고 싶다. 물론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라며 웃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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