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탈당 "총선 승리 위해 새 정치 지도 그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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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서울광진갑) 의원도 일요일인 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3주일 전인 지난달 13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날도 일요일이었다. 이로써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공동창업자’ 안ㆍ김 두 의원은 모두 제1야당을 떠났다. 김 의원은 10일 ‘안철수신당’ 창당발기인 대회를 전후해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김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다시 시작하려 한다”며 “백지 위에 새로운 정치 지도를 그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창업자인 제가 오죽하면 떠나겠느냐”며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떠난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 본청 밖으로 따라 나오는 기자들에게 “따라 나오지 마. 나가면 추워”라며 “구상이 정리되면 말씀 드리겠다”고만 했다. 김 의원은 4일 부친인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 묘소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이 그리는 야권 개편 방향을 소개할 계획이다.

김 의원의 탈당으로 더민주를 이탈한 현역 의원은 9명이다. 더민주 의석은 118석으로 줄었다. 다만 김한길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여부는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과 가까운 정성호(양주-동두천) 의원은 “지역에 다녀보면 탈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총선 불출마를 하지않는 이상 탈당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관영(군산) 의원도 “지역구 의원이 당적을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탈당설이 돌았던 장병완(광주남) 의원은 “문재인 대표 사퇴 여부 등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 13일까지 예정된 의정보고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최원식(인천 계양을) 의원은 “다음 주까지 탈당 인사가 꽤 있을 것”이라며 “1월 안에 탈당파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의원 20명을 채우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승용(여수을) 의원도 “13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 사실상 탈당을 예고했다.

김 의원 탈당이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 거란 전망도 있다. 김 의원은 2007년 2월에도 당시 열린우리당 동료 의원 22명과 동반 탈당해 야당 개편의 축이 됐다.

당장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롯한 전직 의원 40여명이 조만간 탈당 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정 고문 측이 전했다. 한 관계자는 “4일이 정 고문 생일인데 저녁 축하연에 초대된 40~45명은 함께 탈당하기로 결의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 측은 “김 의원 탈당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常數)였다”며 “예정대로 조기 선대위 구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정동영 만나 합류 요청=‘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광주서을) 의원은 2일 전북 순창에 머무르고 있는 정동영 전 의원을 찾아가 신당 동참을 제안했다. 정 전 의원 측근은 “우선 여러 갈래로 나뉜 호남 신당 세력부터 소(小)통합해야 한다는 게 정 전 의원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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