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MVP 테임즈보다 더 강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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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는 테임즈(29·NC)였다. KBO리그 사상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달성한 그는 최우수선수상과 함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강렬함만으로는 테임즈를 앞서는 선수가 있었다. 테임즈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 박병호(29·미네소타 트윈스)였다.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통계를 이용한 과학적 야구 분석 기법)에서 사용하는 WPA(Win Probability Added·승리 확률 기여도)로 보면 말이다.

WPA는 플레이 바이 플레이(play-by-play)를 정리할 수 있는 야구의 특징이 반영된 기록이다.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점수 차, 특정 아웃카운트에서 이길 확률을 구해 직전 상황과의 차이를 구하는 데이터다. 예를 들면 지난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홈팀)이 삼성(원정팀)에 4-3으로 앞선 9회 초 1사 만루. 홈팀이 승리할 확률은 54.4%였다. 이때 마무리 이현승은 김상수를 상대로 3루 땅볼을 유도했고, 3루주자 박해민이 홈에서 아웃되면서 2사 만루가 됐다. 이 순간 홈팀의 승리확률은 76.9%로 올라갔다. 이 경우 투수 이현승은 0.225포인트를 얻고, 타자 김상수는 그만큼 하락한다. 수비수와 도루를 제외한 주루플레이가 고려되지 않지만 특정 선수가 얼마나 팀 승리에 기여하는 플레이를 했는지 알 수 있다.

스탯티즈가 계산한 2015 정규시즌 WPA 1위는 박병호다. 박병호는 7.74를 기록해 야수와 투수를 통틀어 1위에 올랐다. 당연한 결과다. 박병호가 올 시즌 가장 많은 53개의 홈런을 때렸기 때문이다. 홈런은 타석에서 가장 승률을 높일 수 있는 플레이다. 올 시즌 박병호가 때린 최고의 홈런은 8월 28일 롯데전에서 기록한 것이다. 박병호는 3-4로 뒤진 7회 초 2사 만루에서 홍성민을 상대로 그랜드슬램을 때려 11.9%의 기대 승률을 64.9%로 만들었다. 올시즌 박병호는 25% 이상 승리 확률을 높인 안타를 8개나 쳤다. 테임즈는 한 번 뿐이었다. 이제는 테임즈의 동료가 된 박석민이 5번으로 더 많았다.

KIA가 외국인선수 필과 재계약한 것도 WPA로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필은 외국인타자에다 포지션이 1루수라 장타력이 중요했다. 그러나 올 시즌 홈런은 22개에 그쳤다. 하지만 WPA는 5.61로 6위에 올랐다. 승부처나 꼭 필요할 때 한 방을 날려줬기 때문이다. 3월29일 LG전 9회 말에서 친 끝내기 홈런(33.4%→100%)과 7월29일 SK전 끝내기안타(27.2%→100%)가 대표적이다.

투수 중에서는 양현종(KIA·3.95)이 해커(NC·3.14)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특이하게도 두산 구원투수인 함덕주(2.96)와 이현승(2.47)이 3,4위를 차지했다. WPA는 선발투수보다 주자가 있는 경기 후반부에 나오는 구원투수들에게 유리한 성향이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10개 구단 WPA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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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선수 W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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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현수 6.24
삼성 박석민 5.68
NC 테임즈 6.98
넥센 박병호 7.74
SK 브라운 3.06
한화 김태균 5.83
롯데 아두치 5.45
KIA 필 5.61
LG 오지환 2.28
kt 마르테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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