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감소했던 국내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최근까지 회복되지 못해 산업 경쟁력의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29일 산업은행이 작성한 '최근 설비투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 5년간(1993~97)의 제조업 설비투자의 평균 증가율이 16.4%를 기록한 반면, 외환위기 이후 5년간(98~2002)은 -5.1%의 감소율을 보였다. 94년과 95년 36.7%와 37.9%의 폭발적 증가율을 기록한 제조업 설비투자는 97년 -6.9%로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뒤 외환위기가 본격화된 98년에는 -37.2%로 급감했다.
2000년 26.8%로 잠시 치솟았으나 2001년 -13.2%, 2002년 -4.5%로 다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설비투자액(38조7천2백28억원)은 설비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96년(56조1천3백17억원)의 68% 수준에 그치는 등 투자 절대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고용과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철강과 자동차 등 전통산업 부문의 설비투자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외환위기 이전엔 60% 이상을 차지했으나 외환위기 이후엔 6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설비투자 부진이 고착화될 경우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물론 산업기반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설비투자 1% 감소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33% 감소시켜 2만2천명의 실업자를 양산한다고 추정하고 설비투자 감소→생산 위축→고용.소득 감소→소비 위축→저성장의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