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0만원 도로명판 만원짜리 스프레이로 만든 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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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에서 전봇대에 도로명 주소를 표기한 스프레이 표지판이 등장했다.

괴산군은 29일 괴산읍 신기로 3㎞ 구간에 형광 스프레이를 전봇대에 직접 분사한 도로명 주소 표기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존 도로명판은 한 개당 제작비용이 30만원인데 비해 이 방법을 사용하면 1만원짜리 스프레이 한 통으로 전봇대 표지판 20개를 만들 수 있다.

괴산에는 도로명판 2230개와 기초번호판 286개가 있다. 제작 비용은 6억8000만원이다. 스프레이 표기방식을 도입하면 같은 수의 도로명 주소를 표기할 때 125만원이 든다. 직원이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외부 업체에 용역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 기존 도로명 표지판보다 글자 크기도 2~3배 커서 운전자나 보행자도 쉽게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제작 방법도 간단하다. 시트지 위에 도로명 주소 도안을 그려넣고 가위로 오린 뒤 전봇대에 스프레이를 뿌리면 된다.

괴산군은 시범사업으로 신기로 구간 전봇대 120개에 스프레이 표지판을 제작할 예정이다. 효과가 좋으면 괴산 전역 도로명 표기를 스프레이 표지판으로 바꿀 계획이다.

괴산군 김영현 민원과장은 “핀란드에서 순록 뿔에 형광 스프레이를 뿌려 로드킬을 방지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표지판을 눈에 확 띄게 할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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