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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 세계 최대 무기수입국에 걸맞은 능력 갖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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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이 지난해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발간한 연례 무기판매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78억 달러(약 9조1299억원)어치의 무기 구매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하이테크 무기를 중심으로 신규 계약한 건이 많아서 나타난 결과일 뿐 이 금액이 한꺼번에 지출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매계약 1위는 향후 무기 수입이 확 늘어날 것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미국 일변도 무기수입 구조다. 이번 구매계약에서 미국산 무기는 90%에 달하는 70억 달러 규모였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물론 한반도 방어체제가 한·미 연합체제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 무기 편향성에 따라 기술종속이 심해지고,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무기 수입선 다변화에 대한 지적과 주문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럼에도 신규 계약 역시 미국 일변도로 이뤄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방부의 무기도입 전략과 협상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18조4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 사업이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난항에 빠졌고, 미국 측은 한 발당 19억원인 SM-2 미사일의 결함에도 수년째 보상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한국 무기 수출에도 제동을 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 무기의 최대 바이어임에도 불구하고 협상력 부재로 미국에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유일의 냉전국가로 무기 도입의 필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최근 숱한 방산비리와 무능한 협상능력이 잇따라 드러나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 10조원에 가까운 무기도입 계획이, 단지 전략무기라는 이유만으로 과정의 투명성조차 확인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건 문제다. 우선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 도입이 타당한지 검증하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라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스스로의 실력도 입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