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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15인의 추천…'매거진M' 선정 올해의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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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 143호>
우리에게 기쁨을 준 올해의 영화를 흥행 결과로만 따질 수는 없다. 박스오피스 성적은 조금 아쉬웠지만 magazine M 필진들이 저마다 가슴에 담아둔 2015년 최고의 영화 20편을 공개한다. 15인의 필진이 각각 최대 세 편씩 추천했다. 몰표를 얻은 영화는 좀 더 비중 있게 소개했다. 기억해 두었다가 꼭 챙겨 보시길. 어쩌면 당신의 인생 영화가 될 작품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참여 인원: 총 15인·가나다 순
강성률 영화평론가, 강유정 영화평론가, 고석희 기자, 김나현 기자, 김세윤 영화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김효은 기자, 나원정 기자, 이숙명 영화저널리스트, 이은선 기자, 이지영 편집기자, 장성란 기자, 정현목 기자, 지용진 기자, 황혜민 편집기자

◇내일을 위한 시간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마리옹 코티아르, 파브리지오 롱기온/ 1월 1일 *감독/출연자/개봉일
나의 해고와 직장 동료들의 보너스를 저울질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 절대 겪기 싫은 가장 약자의 처지가 내 일이 될 수 있음을 숨 막히게 체험시켜주는 영화다. 그러나 절망에서 머물지 않는다. 털어내라, 그리고 살아가라. 벨기에 형제 거장 감독의 조용한 격려가 온몸 마디마디에 생의 의지를 실어준다. 나원정

◇엑스 마키나
알렉스 가랜드/ 돔놀 글리슨, 알리시아 비칸데르, 오스카 아이삭/ 1월 21일
SF 스릴러를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욕심부리지 않고, 묵직한 사건 하나로 결말까지 안정감 있게 끌고 가는 신인 감독의 뚝심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제한된 공간에서 소수 인물이 만드는 긴장감도 탁월하다. 끝까지 의심을 놓을 수 없는 안드로이드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도 매력적. 이지영

◇폭스캐처
베넷 밀러/ 채닝 테이텀, 스티브 카렐, 마크 러팔로/ 2월 5일
날카롭고 복합적이며,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한 인간의 초상. 누구도 그 원인을 뚜렷이 밝히지 못했던 억만장자의 살인에 얽힌 실화를 충실하게 풀어놓는다. 이성과 감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그 모든 것을 다 느끼게 하는 연출이 지독하리만큼 완벽하다. 장성란

◇나이트 크롤러
댄 길로이/ 제이크 질렌할, 빌 팩스톤, 르네 루소/ 2월 26일
인간의 목숨까지도 시청률을 위한 도구로 삼아버리는 소시오패스, 그 악마적인 얼굴을 만들어 내는 건 과연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이 폐부를 찌른다. 제이크 질렌할의 소시오패스 캐릭터는 가히 역대급이다. 정현목

◇리바이어던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프, 옐레나 랴도바/ 3월 19일
타락한 국가 권력에 맞서 싸우는 개인의 처참한 몰골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 묵직한 메인 플롯을 뒷받침하는 서브 플롯, 정교하게 직조한 상징과 복선이 어우러져 하나의 큰 울림을 향해 정확하게 밀고 나간다. 강성률

◇엘리노어 릭비:그남자 그여자
네드 벤슨/ 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4월 9일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는 남자와 여자의 거리는 가까웠다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얼마만큼의 거리가 적당한지,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 영화는 그렇게 다른 두 사람을 차분히 따라가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용기와 위로를 받는다. 황혜민

◇윈터 슬립
누리 빌게 제일란/ 할룩 빌기너, 멜리사 소젠, 드멧 앳백/ 5월 7일
마음씨 좋은 지식인인 양 굴지만 가식과 허세로 똘똘 뭉친 작가 아이딘(할룩 빌기너)은 알고 보면 젊은 아내와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소심한 남자다. 아이딘을 비롯해 우리 안에 숨겨진 연약함을 어떻게든 보듬으려는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이 오랜 울림을 남긴다. 황혜민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김새벽, 이와세 료, 임형국/ 6월 11일
일본의 낯선 소도시에서 그 어떤 겉치레도 없이 시간과 공간과 인물로만 빚어낸 마술적인 영화. ‘기승전결’이라는 이야기의 강박에서 벗어나, 영화라는 텍스트를 만드는 것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형석
한여름 밤의 상쾌한 미풍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스쳐갔던, 짧지만 꿈결 같은 로맨스. 촬영지에 꼭 가보고 싶다는 욕망이 들게 했던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다. 정현목
오래된 시공간과 언어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행위의 정수를 포착하려는 감독의 아름다운 실험. 누군가의 기억과 이야기 사이를 홀리듯 거니는 기분. 깨기 싫은 꿈 같다. 이은선

◇종이 달
요시다 다이하치/ 미야자와 리에, 이케마츠 소스케, 오오시마 유코/ 7월 23일
평범한 주부 은행원의 거액 횡령. 영화는 그 사건을 자극적 드라마로 그리는 대신, 가짜 행복을 유지하려 더욱 철저하게 가짜를 믿는 서글픈 여자의 초상으로 그렸다. 미야자와 리에의 연기가 영화의 품격을 높였다. 이은선

◇러브 앤 머시
빌 포래드/ 존 쿠삭, 폴 다노, 엘리자베스 뱅크스, 폴 지아매티/ 7월 30일
영화 속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존 쿠삭)이 쓴 메모처럼 우린 끝내 외롭고 두려울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사랑받기 위한 몸부림 아닐까. 음악은 그중 가장 아름답고 신비한 몸부림이다. 상영 내내 흐르는 비치 보이스의 명곡처럼. 여기에 젊은 브라이언을 연기한 폴 다노의 연기가 감동을 더한다. 황혜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이정현, 이해영, 서영화, 명계남/8월 13일
혹독한 노동 상황에 대한 B급 영화적 재현, 코미디와 공포의 부드러운 통섭, 튀는 듯하지만 유연한 편집, 자유로운 카메라, 이정현의 발군의 연기, 관객의 허를 찌르는 대사. 이 모든 것이 다들어 있다. 강성률

◇위로공단
임흥순/ 신순애, 이총각, 이기복, 김영미/ 8월 13일
구로공단 여공부터 현대의 감정 노동자들까지 사려 깊게 연결하는 한국 여성 노동사. 단순 기록이 아닌 여성 노동자들의 얼굴과 내면, 그들이 겪었던 시간을 들여다보고 기억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특별한 다큐멘터리다. 이은선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개별적인 증언을 모아 거대한 진실을 보여주는 ‘목소리 소설’의 개척자라면, 같은 맥락에서 ‘위로공단’은 ‘목소리 영화’의 성취라 말하고 싶다. 척박한 노동 현장을 견디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언니·어머니·할머니의 진솔한 목소리는 ‘위로’ 그 이상의 감동과 성찰의 시간을 우리에게 던진다. 김효은

◇나의 어머니
난니 모레티/ 마거리타 부이, 존 터투로, 난니 모레티/ 8월 20일
영화 속 영화감독 마르게리타(마거리타 부이)가 난니 모레티 자신의 분신임을 눈치채긴 어렵지 않다. 영화를 생각하고 영화로 고민하며 영화를 살아온 ‘내추럴 본 영화인’의 자기 고백 혹은 성찰의 기록. 진지한 사유가 드물어진 지금, 그것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강유정

◇미라클 벨리에
에릭 라티고/ 루안 에머라, 카린 비아르, 프랑수아 다미앙/ 8월 27일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폴라(루안 에머라)는 파리로 가서 노래 실력을 인정받고 싶지만 자신을 의지하는 가족을 떠날 수가 없다(편집자주). ‘빌리 엘리어트’(2000, 스티븐 달드리 감독)처럼 시작해 ‘허공에의 질주’(1988, 시드니 루멧 감독)로 마무리되는 따뜻하고 즐거운 가족영화다. 김세윤

◇이민자
제임스 그레이/ 마리옹 코티아르, 호아킨 피닉스, 제레미 레너/ 9월 3일
이민자의 삶을 한 남자의 왜곡된 욕망에 비춰, 섬세한 예각으로 그려낸 깊이 있는 인간학. 때론 아주 다른 시각이 더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제를 세공하는 호아킨 피닉스의 독보적인 이미지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강유정

◇침묵의 시선
조슈아 오펜하이머/ 아디/ 9월 3일
죽음의 역사를 놓고 오가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고통스런 질문과 반성 없는 변명. 가슴 치는 라스트신만으로도 걸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담담하고 잔잔하기에 오히려 강렬하다. 김형석
피해자의 증언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쌍방향 교류시켜 왜곡된 역사와 인간의 악(惡), 피해자의 고통을 차분하게 진찰하는 작품. 오펜하이머 감독의 전작 ‘액트 오브 킬링’(2013)과 더불어 대학살에 관한 인도네시아 내부의 역사 인식을 바꾼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석희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 정재영, 김민희, 윤여정, 기주봉/ 9월 24일
참신한 영화적 구조로 마법 같은 순간을 체험하게 하는 홍상수 감독의 솜씨는 여전하다. 점점 더 유순하게, 귀엽게 변모하는 감독의 영화 세계를 엿보는 것은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김나현

◇슬로우 웨스트
존 맥클린/ 마이클 패스벤더, 코디 스밋 맥피/ 10월 8일
타성에 젖은 영화가 난무하는 시대에 우직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수작. 기존 서부극 장르를 해체해 새롭게 구축한 과감한 시도가 이 영화를 모던 클래식으로 명명하게 만든다. 지용진

◇더 랍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10월 29일
2014년의 멜로영화가 ‘그녀’(스파이크 존즈 감독)였다면 올해의 멜로영화는 ‘더 랍스터’다. 두 편 다 독창적이고 아주 괴이한 방식으로 이 시대의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들여다봤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그저 놀랍고, 또 놀랍다. 김효은
줄거리만으로 가슴이 뛴 영화는 오랜만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기괴한 판타지 멜로를 천연덕스러운 전원 풍경 속에 담아낸 뚝심은 더 놀랍다. 신기한 상상력을 구경하는 데서 더 나아가 가슴 쓰라리게 공감하게 만든 건 배우들의 공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의 영예는 당연한 결과였다. 나원정

◇에이미
아시프 카파디아/ 에이미 와인하우스, DJ 마크 론슨, 피트 도허티/ 11월 5일
한 뮤지션이 파멸해가는 과정을 충격적으로, 그러나 애정과 존중을 담뿍 담아 보여준다. 화려한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우두커니 걸터앉은 와인하우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깊고 진한 목소리로 부른 그의 노래만큼이나 삶의 신산함, 고독과 번민을 절절하게 전하는 다큐. 고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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