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러시아 25년만에 떠나는 미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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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대 메이저 석유회사 중 하나인 코노코필립스가 러시아에서 철수했다.진출 25년만의 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코노코필립스가 러시아 원유생산 합작사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보도했다.코노코필립스는 미국 텍시스 휴스턴에 본사를 둔 회사로 2002년 코노코와 필립스의 합병으로 설립됐다.코노코필립스가 러시아에 진출한 계기는 1991년 12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 대통령 직무 중단"을 발표했다. 구 소련 해체의 시작이었다. 막대한 천연가스와 원유가 매장된 러시아 지역으로 서구 석유회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코노코도 그 중 하나였다. 코노코는 1992년 러시아의 국영에너지회사인 로스네프트와 손을 잡았다. 러시아가 서방 회사와 손잡은 첫 합작이란 점에서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두 회사는 곧 폴라 라이츠란 합작사를 50대 50의 비율로 세워 현지 원유개발을 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 회사는 러시아 북서부 지역에서 하루 평균 400만 배럴의 원유를 뽑아내며 사업을 유지해왔지만 러시아를 둘러싼 시장환경과 유가가 코노코필립스의 발을 잡았다. 러시아는 끊임없이 석유를 앞세워 서방 에너지 회사들을 압박했다.크림반도 사태로 인한 러시아 경제제재 등 러시아를 둘러싼 국제 사회 환경도 좋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년가량 사업을 유지해오던 코노코필립스가 러시아 철수를 단행한 것은 유가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배럴 당 100달러를 상회하던 유가는 하반기부터 연일 하락하기 시작했다.22일(현지시간) 런던ICE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2월 인도분은 배럴 당 36.11달러로 마감을 하며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장중 한 때 배럴당 35.98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2004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값싼 셰일오일에 이어 미국의 원유 수출로 시장엔 기름이 넘치지만 수요가 그만큼 뒷받침이 되지 못한 탓이었다.산유국들이 기름 생산을 줄이지 않은 것도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의 엑손모빌(매출 3762억 달러)이나 영국의 BP(매출 3528억 달러)와 같은 세계 메이저 회사에 비해 덩치가 작은 코노코필립스(매출 520억 달러)로선 수익이 나질 않은 러시아 사업을 버려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FT에 "우리는 더이상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 철수 사실을 공식확인했다.

코노코필립스가 매각한 지분 50%는 트리즈너리 애셋으로 넘어갔다.FT는 폴라라이츠의 가치를 약 1억5000만 달러에서 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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