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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의 '학창시절']수능 만점자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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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자의 공통 조언 "힘 빼고 편안하게, 조금 천천히"

"잠은 충분히 잤어요. 학원보다는 학교 수업에 충실했고요. 문제집을 여러 권 보기 보다는 교과서 위주로 복습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능 만점자들의 단골 레퍼토리입니다. 마치 사전에 '이렇게 인터뷰하자'고 모의라도 한듯, "잠은 하루에 예닐곱시간씩 푹 잤고, 고3에 올라오면서부터는 혼자 공부할 시간이 필요해 학원부터 끊었다. 수능 준비는 학교 공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실 이런 얘기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우리나라가 핀란드도 아니고, 이렇게 인간적인 스케줄로 공부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면 우리나라 대학입시를 둘러싼 혼란과 과열을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요. 이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저도 '머리가 좋은 학생이니까 이런 공부법이 가능한 거겠지'라고만 생각할 뿐, 모든 학생에게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 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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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만점자 서울 서문여고 3학년 최민주양의 노트.

그런데 이상하긴 합니다. 다들 머리가 천재라서 푹 자고, 사교육도 받지 않고 교과서만으로 만점을 받은걸까요. 올해 수능 만점자였던 서문여고 최민주 양의 이야기는 의미심장했습니다. "2학년 때까지 수학 학원을 계속 다니며 모의고사에서 계속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내 실력에 확신이 없었다. '간당간당하다'는 느낌이었다. 2학년 2학기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2등급을 받고, 학원을 끊어버렸다. 한 문제를 40분씩 붙잡고 고민하다보니 내 약점이 확실하게 보였다. 이를 보완하면서 실력이 탄탄해졌다"고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2년전 수능 만점자였던 최주헌(명덕외고 졸·서울대 자유전공학부)군에게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수험생이 된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뭐냐"는 질문에 최군은 "이것저것 너무 많이 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며 "힘을 빼고 편안하게, 조금 천천히 간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공부 많이 할 필요없다"는 게 아니라 "완급 조절을 하라"는 말입니다. 고3이 된다고 하면 누구나 "올 1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만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됩니다. 이런 긴장감으로 자신을 과도하게 채찍질 하는 경우도 많고요. '새벽 2시까지 무조건 자습한다' '점심·저녁 식사는 10분만에 마치고 자습한다'는 식의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일도 적지 않지요.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던 선배들은 "너무 과도한 긴장감에 자신을 채근만 하다보면 스트레스로 4~5월쯤 지나면 지쳐버린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11월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며 자신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인 학생들이 성적이 차근차근 올라 수능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합니다.
무술에서도 최고의 경지에 오른 도인은 '힘을 뺀다'고 하지요. K팝스타에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가수 지망생들에게 "공기반 소리반으로 노래하라"고 조언했던 것도 최고의 소리를 내고 싶거든 긴장을 풀라는 의미였을 겁니다. 지금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을 예비 수험생들에게 선배들이 전했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들려주고 싶습니다. "고3을 일생일대의 위기라거나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정색하고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잘해보겠다’는 의지도 좋지만 지나치다보면 스트레스 때문에 너무 빨리 지치거든요. 주변에 휩쓸리지 말라는 얘기도 꼭 하고 싶어요. 옆 친구가 하루에 단어 1000개 외웠다면 따라 외우는 애들도 있거든요. 그렇게 하다보면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지만, 정작 실력은 하나도 안 늘죠. 자신에게 부족한 것,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면 후회 없는 수험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강남통신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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