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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이겨내요” 29세 꿈 지켜준 생명의 손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성원(29)씨는 뮤지컬·연극 공연 기획 일을 한다. 지난해 7월 때아닌 열이 올라 며칠째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일이 한창 많은 때라 피곤한 탓에 그러나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직장 동료들이 “낯빛이 너무 안 좋다”며 등 떠밀듯 큰 병원에 가보라고 권해 응급실을 찾았다. 이씨는 여기서 골수 검사를 받은 결과 백혈병 진단이 나왔다.

공연기획 일하다 쓰러진 청년
골수이식 수술 돈 때문에 주저
공동모금회 도움에 완치 눈앞

 그는 일단 골수(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자신의 조직과 꼭 맞는 골수 기증자를 찾았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의료진은 이씨 부모의 골수 조직을 이식하는 대안을 내놨다. 이씨와 절반 정도의 조직이 일치하는 부모에게서 골수를 기증받아 ‘반일치 이식 수술’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고령인 아버지(68) 대신 어머니(62)가 아들에게 이식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병원비가 문제였다. 이씨는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그의 부모는 은퇴해 일정한 수입이 없었다. 그는 수술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림길에 섰다. 그때 병원 사회복지팀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의료비 지원사업인 ‘생명의 손길’을 소개했다. 생명의 손길은 암 등 중증질환이나 제1형 당뇨 같은 희귀난치성질환을 앓는 최저생계비 200% 이하 저소득층을 우선 지원한다.

 이씨는 덕분에 지난해 12월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 생명의 손길에선 병원비 2000여만원 가운데 1650만원을 지원했다. 이씨는 “이식 뒤 1년간 매일 먹었던 면역억제제와 폐렴 예방약 등을 이달 들어 완전히 끊어 완치가 멀지 않은 느낌이다”며 “생명의 손길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덕분에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다시 키우고 있다. “내년 봄엔 저도 또래들처럼 세상 속에서 바쁘게 살고 싶어요. 역경을 이겨낸 만큼 더 감동적인 공연을 빚어내는 기획자가 될 수 있겠죠?”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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