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는 베저스 세금피난처” vs “우주선에 트럼프 자리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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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크루즈,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태클을 걸다.’

WSJ “크루즈는 선동가”
크루즈 “제호 바꿔라”
페북 투표 우세 보도 않자
샌더스, CNN과 날선 대립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은 21일(현지시간) 보수 유권자운동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 테드 크루즈 후보(44·텍사스주 상원의원)가 WSJ와 일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가 이달 초 “크루즈는 솔직하지 못하고 선동적인 정치가다. (2012년) 상원의원이 되자마자 (내공을 키우기보다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혹평하며 싸움이 시작됐다. 크루즈는 즉각 “WSJ는 앞으로 석 달간 신문 제호를 ‘마코 루비오(44·플로리다주 상원의원)를 대통령으로 신문(Marco Rubio for President Newspaper)’으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조롱했다. 내년 2월 1일 아이오와주를 필두로 막이 오르는 경선에서 WSJ가 경쟁 후보 루비오 후보를 지지할 게 뻔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지난 10일 “WSJ가 보수지라고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WSJ가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폴 지고 WSJ 논설실장은 “우리는 이민법 개혁과 무역협정·안보정책 등에 있어 크루즈와 다른 입장이며, 본지의 주장에 (합리적 보수주의자인)루비오와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같은 생각을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대선 경선 주자들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특정 언론사와 후보 간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신문사가 사설 등을 통해 공화당이나 민주당 후보 중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가 2012년 대선 때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폴리티코는 “공개 지지는 대체로 대선 투표가 임박한 시점에 이뤄지나 이번에는 대선 본선이 아닌 경선 과정부터 언론사·후보 비방전이 가열되는 게 특징”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등 성향이 극단적 후보들이 다수 포진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공화당 선두 주자 트럼프는 거의 모든 언론과 갈등을 빚지만 WP·폭스뉴스와 특히 사이가 나쁘다. WP는 이달 초 칼럼과 사설에서 트럼프를 ‘편견자’ ‘무솔리니’로 묘사하며 융단 폭격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트위터에서 “WP의 소유주 제프 베저스가 자신 소유의 아마존의 세금을 덜 물기 위해 돈만 까먹는 WP를 인수해 세금피난처로 삼고 있다”고 악담했다. 베저스도 “트럼프, 당신을 위해 우주선의 자리를 비워두겠소”라며 지구에 함께 있기 싫다는 뜻의 농담을 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와도 앙숙이다. 사사건건 시비 거는 건 물론이고 툭하면 ‘출연 거부’ 카드를 내민다.

 민주당에서는 진보주의자 버니 샌더스 후보(버몬트주 상원의원)와 CNN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9일 TV토론 등 민주당 대선 주자 토론 때마다 샌더스가 페이스북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은 사실은 보도하지 않은 채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였다”는 평가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샌더스는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어떤 직업을 택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CNN 사장이 돼 미디어가 정치를 어떻게 다룰 지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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