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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성 유방암 환자 생존기간 늘린 신약 선봬 "벼랑에서도 포기 말아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사진=프리랜서 김성현

오해와 편견은 무섭다. 치료 결과를 천양지차로 만든다. 암, 특히 유방암 치료가 그렇다. 환자로 하여금 치료를 포기하게 하고, 근거 없는 대체요법에 의존하게 한다. 전이성 유방암(기존 유방암이 다른 장기로 옮겨간 암) 환자의 치료율과 생존기간이 짧아지는 이유다. 국내 유방암 환자 중 40대 이하 환자의 비율은 서양의 3배.

유방암 전이·재발 위험도 그만큼 높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린 항암제가 나온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프랑스의 유방암 권위자 그자비에 피보(Xavier pivot·프랑슈콩테 의대) 교수가 10년간의 유방암 연구결과를 국내 의료진에게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서울대병원 임석아 교수, 이대목동병원 이경은 교수(이하 혈액종양내과)가 그를 만나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최신 치료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임석아 교수(이하 임)=한국에서는 유방암 발생률이 지난 20년 동안 매우 증가하고 있다. 40대 후반부터 50대까지의 환자가 가장 많다. 서양보다 발생 연령이 20살 정도 적다. 문제는 젊은층의 유방암은 재발·전이가 많다는 것이다.

그자비에 피보 교수(이하 피보)=유럽·미국의 유방암 발생률은 10년 전 절정이었다. 이후 감소 추세다. 과거보다 조기검진이 잘 이뤄지고 있어서다. 여성 9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이경은 교수(이하 이)=한국도 조기검진 프로그램이 발달했다. 조기진단 시 10년 생존율이 약 90%다. 전이성 유방암은 40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유방암 환자 10명 중 9명 생존

피보=40년 전에는 유방암 환자 10명 중 9명이 사망했다. 이제는 10명 중 9명이 생존한다. 가위 혁명적이다. ‘불치’라고 보는 전이성 유방암도 현재 기대수명이 상당히 연장됐다.

임=한국도 비슷하다. 20년 전에는 전이성 유방암의 중앙생존기간(100명 중 50번째 환자가 사망하는 기간)이 1년이었다. 진행이 빠르면 3~6개월밖에 안 되기도 했다. 지난 20년 동안 항암제·항호르몬제·표적치료제 등 약제가 많이 개발됐다. 이를 통해 생존기간이 4~5년으로 늘었다.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이=보통 만성질환이라는 표현을 쓴다. 고혈압이 완치 대신 관리하는 병이듯 유방암도 잘 치료하고 평생 관리하면 잘 살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환자에게 설명한다.

임=예후가 좋아 환자가 보호자보다 오래 사는 경우도 본다. 다만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된 치료 포기, 대체요법 등이 걸림돌이다.

피보=프랑스는 (항암요법을 거부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부분적으로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는 0.1% 정도에 불과하다. 대체요법에만 의존하는 환자는 0.01%밖에 안 된다. 이들의 기대수명은 아주 짧다.

이=통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피부로 느끼는 수준은 10~15명의 환자 중 1명 정도다. 며칠 전 방문한 환자는 이미 대체요법을 받다가 왔더라. 치료가 4개월 정도 지연된 상황이었다. 2년이나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도 있다.

임=?항암치료는 힘들고 대체요법은 힘들지 않다?는 오해가 있다. 10~20년 전 얘기다. 구역질·구토·탈모 등을 떠올린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받든 안 받든 결과가 비슷하다는 오해가 있다. 환자에게 “현대의학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맛있는 것을 먹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라”고 말한다.

피보=유방암에서 항암화학요법은 가장 낮은 빈도로 사용하는 것이 기준이다. 조기 유방암의 경우 장점이 확인되고 입증된 경우만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한다. 유방암 환자 10명 중 7명이 어떤 단계에서든 항암화학요법을 받는다. 가능하면 그 시기를 늦추려고 한다. 허가가 난 약제만 사용한다. 환자가 오해하고 피할 일이 아니다.

임=그렇다. 전이성 유방암은 ▶호르몬 양성 ▶HER2 양성(HER2 수용체를 가진 암세포) ▶삼중음성(이에 해당하지 않는 암세포)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모두 치료 과정 중 항암치료를 거친다. 환자가 치료를 잘 받아들인다면 가장 중요한 기준은 효과다.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약부터 사용한다. 효과가 비슷하면 독성이 낮은 약을 먼저 쓴다. 먼저 쓴 약과 두 번째 약의 독성(부작용)이 겹치지 않게 순차적으로 여러 약제를 사용한다.

피보=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 목표는 생존기간 연장이다. 지난 10~20여 년 동안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 생존기간 연장과 함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암을 관리하면서도 과한 독성은 피해줘야 한다. 종양 전문의의 기술이다. 여러 무기(약제)의 효과와 독성을 고려한다.

임=전이성 유방암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다양해지는 만큼 생존기간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2.7개월(기존의 26%) 늘린 약(에리불린 메실산염·상품명 할라벤)도 나왔다.

투약시간 2~5분으로 크게 단축

피보=수명을 26% 연장한 것은 중요하다. 19개국 전이성 유방암 환자 7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입증됐다. 평균 생존기간이 13.2개월이었다. 1년 경과 후 생존율도 54.5%(대조군 42.8%)였다. 투약시간도 기존 치료제(30분~1시간)와 달리 2~5분으로 아주 짧다. 혁명적인 수치가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현대판 항암화학치료제가 가져야 할 모든 효과가 있으면서 독성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암 치료는 지난 30~40년간 발전해 왔다. ‘한 번의 기적’이란 없다. 많은 연구가 쌓이고 이어져 온 것이다. 무기가 많아질수록 전쟁에서 승산이 있다. 앞으로도 또 다른 좋은 무기가 계속 쌓이길 바란다.

임=환자에게 3개월의 의미는 크다. 실제로 환자는 “지난 몇 달 동안 많은 것을 했다”고 얘기한다. 어떤 환자에게는 자식의 결혼식을 볼 수도 있는 시간이다. “지난 3~4년 동안 내가 손자 셋을 얻었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최신 항암화학요법 수혜 환자 많아

피보=실제 최신 항암화학요법 혜택을 본 환자 사례는 매우 많다. 전이성 유방암의 표준 치료요법으로서 2차·3차 치료제로 쓰인다. 수명 연장 효과가 있으면서 적은 독성, 높은 편의성으로 환자 삶의 질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어서다.

이=50대 후반의 한 환자는 할라벤을 투여하며 입원 없이 외래진료를 받으면서 부모님을 모실 수 있게 됐다. 시간을 벌어 숨통을 트이게 하는 효과가 있지 않나 싶다.

임=환자가 할 일을 다 하면서 항암치료를 받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환자의 삶의 질은 중요하다.

피보=물론이다. 삶은 소중하다. 장점이 입증된 치료제가 있는데도 치료를 포기하는 건 유감이다. 편견과 미궁에 빠져 삶을 잃는 것이 안타깝다. ‘종양학’이라는 학문을 믿을 필요가 있다. 환자가 미리 백기를 들 필요는 없다.

임=처음에 무서워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담당 종양외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현대의학은 여러 사람의 지식이 모여 내려진 중요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신뢰했으면 한다.

피보=한국 환자들에게 ‘희망의 권리’를 말하고 싶다. 새로운 치료제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고 언젠간 유방암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종양전문의들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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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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