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삶과 추억] 사람을 묶는 음악의 힘 믿었던 마에스트로 쿠르트 마주어 타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기사 이미지

독일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사진)가 1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타계했다. 향년 88세.

 뉴욕필하모닉의 매튜 밴베지엔 단장은 이날 “1991~2002년 뉴욕필 음악감독을 지내고 이후 명예 음악감독을 맡아온 마주어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깊은 슬픔을 갖고 그의 가족과 뉴욕필을 대신해 전한다”고 말했다.

 1927년 독일 브리크(현재 폴란드 브체크)에서 태어난 마주어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1970~1996), 뉴욕 필(1991~2002), 런던 필(2000~2007), 프랑스 국립관현악단(2002~2008) 등 주요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독일 통일 이전이던 1989년 마주어는 당시 동독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한 라이프치히 시민들을 게반트하우스에 피신시켜 유혈사태를 막는데 이바지했다. 이 일로 라이프치히의 영웅으로 떠올라 통독후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9.11테러 때 유럽 투어중이던 마주어와 뉴욕 필은 브람스 ‘독일 레퀴엠’을 추모곡으로 연주했다. 이후 몇 달 동안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서 무료 정오 음악회를 열었다.

 마주어는 2001년 런던 필 내한공연 첫날 지휘를 마치고 신장병으로 쓰러졌다. 그를 대신해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일본에서 날아와 지휘했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내한 공연을 가진 그는 공연 뒤 단원들과 ‘비 더 레즈(Be the Reds)’ 티셔츠를 갈아입고 붉은 악마로 변신해 화제가 됐다. 앨런 길버트 뉴욕 필 음악감독은 “마주어 시절 뉴욕 필의 연주에는 헌신이 스며있었다. 음악의 힘이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들 것이란 믿음이 존재했다. 그는 지휘를 통해 음악의 윤리적인 차원을 불어넣었다. 지금까지도 단원들에게 뚜렷하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