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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친정’서도 외면받는 총파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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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호 1 면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가 주최하는 3차 민중총궐기대회가 19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경찰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소요죄 적용에 항의하는 의미로 ‘소요문화제’란 이름으로 진행됐다. 2000명의 참가자(주최 측 추산 1만 명)는 호루라기·탬버린 등을 들고 나왔다. 경찰과 참가자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AP=뉴시스]

수은주가 영하로 뚝 떨어진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평택의 쌍용차 공장. 부품을 실어 나르는 트럭이 분주히 정문을 오갔다. 공장 굴뚝은 뿌연 연기를 뿜어냈다. 공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상 가동되고 있었다. 활기로 가득 찬 쌍용차 공장에 비해 정문 길 건너 해고자 농성 텐트는 적막했다. 아무도 없는 텐트의 문은 닫혀 있었고, 붉은 바탕에 하얀색 글씨로 선명하게 쓰인 ‘끝내자!’ 세 글자만 을씨년스럽게 나부꼈다.


이날은 민주노총이 한상균 위원장 구속과 노동개혁 반대를 이유로 총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쌍용차는 조용했다. 농성 텐트에 머물던 해고자 일부만 참여했다. 쌍용차는 한 위원장의 친정이다. 한 위원장은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을 주도했다. 도장공장을 점거한 노조는 사제 대포와 새총으로 경찰과 파업 미참가 직원에게 볼트를 무차별 쏘아댔다. 한 위원장이 시위 주도 혐의로 3년간 구속된 후 쌍용차는 기업노조를 출범시키며 민주노총과 결별했다. 쌍용차 차기웅 홍보차장은 “100여 명의 해고자가 여전히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로 남아 있지만 엄밀히 말해 그들은 직원이 아니다”며 “최근 협상을 통해 해고자 순차적 복직에 대해서도 합의한 만큼 쌍용차 직원들이 파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삼삼오오 나오는 직원들도 총파업에 회의적이었다. 옥쇄파업 초기에 참가했다는 40대 직원 A씨는 “모처럼 회사가 정상화되는 분위기인 데다 노사협상도 진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7년 전 악몽(옥쇄파업)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40대 직원 B씨는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옥쇄파업 당시 신체적 폭력까지 당한 경험이 있다”며 “회사가 복직 약속을 지키려는 자세를 보이면 노조도 이에 화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은 “10월께 공장 앞에서 해고자와 외부 단체 3000명이 집회를 한다고 했는데 실제론 500명 정도만 모였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총파업의 열기가 시들하다. 16일 총파업 참여자는 예고했던 15만 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 7만4000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현대차노조 4만7000명이 막판에 합류해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앞서 민주노총이 벌인 4월, 7월 총파업엔 전체 조합원의 10%도 안 되는 3만~5만 명 참가에 그쳤다. ‘총파업’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저조한 참가율이다.


주요 간부만 참여하는 총파업을 일컬어 노동계에선 ‘간부파업’ 내지 ‘뻥파업’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총파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투쟁 지상주의와 정파 갈등을 들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민주노총이 파업을 하면 전 국민이 지지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는 “전태일 열사는 재단사로 어느 정도 신분이 보장됐던 때에 시다(보조재단사)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기에 지지를 받았다”며 “민주노총의 지금 파업이 지지받지 못하는 이유는 상위 10% 노동자를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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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장주영 기자?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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