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나가는 기계’ 한국서 온다 … 설레는 볼티모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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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는 내년에 볼티모어에서 선두 타자나 2번 타자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프리미어12 결승전을 앞두고 환하게 웃고 있는 김현수. [도쿄=뉴시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단을 앞둔 김현수(28)에게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김현수가 내년 시즌 볼티모어의 성적을 좌우할 중요 선수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현수는 19일까지 신체검사를 받은 뒤 공식 계약을 할 예정이다.

“타율 0.270, 출루율 0.350 내면 1, 2번 타자감으로 손색없어”
잘 치고 잘 나가는 왼손 외야수
ESPN “볼티모어 숙제 풀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18일(한국시간) “볼티모어는 김현수 영입으로 이번 겨울 지상과제였던 외야수 영입, 왼손 타자, 출루율 향상 등 세 가지 숙제를 한번에 해결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김현수는 10시즌 동안 두산에서 뛰면서 볼넷이 삼진보다 많았다. 통산 출루율은 0.406이다. 볼티모어의 올 시즌 팀 출루율(0.307)보다 1할 가까이 높다”고 밝혔다.

 볼티모어는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주전 1루수 크리스 데이비스(29)에게 7년 1억5400만 달러(약 182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제안했다. 데이비스는 올 시즌 볼티모어에서 47홈런·117타점을 기록하며 개인 통산 두 번째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여전히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볼티모어는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우익수와 1루수를 맡을 수 있는 마크 트럼보(29)를 영입했다. 김현수가 가세하면 데이비스와의 재계약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 ESPN은 “댄 듀켓 단장은 김현수의 영입으로 볼티모어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 줬다”고 덧붙였다.

 김현수가 내년 시즌 1번 타자를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스포츠 매체 CSN은 “김현수는 한국에서 걸어 나가는 기계(walking machine)였다. 훌륭한 출루 능력으로 볼티모어의 리드오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시즌 볼티모어는 주로 매니 마차도(23)를 1번 타자로 기용했다. 그러나 이 매체는 마차도는 다른 타순에 어울리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메릴랜드주 지역 매체 볼티모어선은 김현수가 2번 타자를 맡는 게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김현수는 1m90㎝·100㎏의 거구여서 톱타자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2번 타자가 이상적이라고 본다. 물론 1번 타자 기용도 고려해 볼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에서 김현수는 주로 중심타선에 배치됐다. 최근 5년간 1번 타순에 들어선 건 단 한 차례뿐이다.

 야구 전문매체 ‘베이스볼 에센셜’은 “김현수가 타율 0.270, 출루율 0.350, 장타율 0.400의 성적만 낸다면 몸값 이상의 활약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년 동안 김현수의 홈이었던 서울 잠실구장(좌우 100m-중앙 125m)은 볼티모어(좌 102m-중앙 122m-우 97m)의 캠든 야즈보다 크다. 그러나 이 매체는 “(한국보다) 더 빠른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가 메이저리그엔 즐비하다. 홈런은 줄겠지만 2루타는 더 많이 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김현수는 볼티모어 소속으로 2006년부터 9년간 활약한 우익수 닉 마카키스(32)와 아주 흡사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마카키스는 볼티모어에서 뛴 9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90, 출루율 0.358을 기록했다. 마카키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4년 4400만 달러(약 520억원)에 계약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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