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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2049년 미국 앞서기 위하여 중국은 오늘도 달리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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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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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마라톤 (The Hundred-Year Marathon)
마이클 필즈베리 지음
헨리 홀트 앤 코프 (Henry Holt and Co.)

어렸을 적 아버지로부터 “인생은 마라톤이야”란 말을 듣고 자랐다. 순간의 희비에 좌우되지 말고 좀 더 멀게 보고 42.195㎞ 지점에 도착할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비단 개인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게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중국의 ‘100년 마라톤’의 모습을 담았다.

 저자인 마이클 필즈베리(70)는 미국의 대표적 중국통 이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미 국방부의 자문역을 맡고 있기도 하다. 완벽한 중국어를 구사하며 미국의 대중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전략을 둘러싸곤 두 개의 상반된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첫째는 다른 국가보다 훨씬 장기적 전망에 입각한 국가 전략을 갖고 행동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산적한 현안을 그때그때 단기적 판단에 따라 원칙 없이 할 뿐이란 지적이다.

 필즈베리는 전자를 강조한다. 그리고 책 모두에서 “이제까지 미국도, 그리고 나도 중국에 속아왔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중국은 지금 ‘100년 마라톤’을 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건국 100주년에 해당하는 2049년까지 정치·경제·군사 분야에서 미국을 넘어서는 초강대국을 만들기 위해 정교한 전략 하에 모든 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미국 타도를 위한 마라톤 전략이다. 필즈베리는 중국의 위대한 전략가 손자를 인용했다. 자신의 야심을 감추고 적을 방심하게 하라는 손자의 가르침이 현재 중국의 대미 전략의 근간이 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미국 내에는 “중국의 반발을 사는 일은 않는 게 좋다”는 순진한 유화론이 지배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린다.

 책에서 저자는 “더 이상 중국이 사회주의가 아니며 민주화로 향하고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매파를 제거하고 개혁파를 지원해 민주화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결론 맺고 있다. 미국 지식층들은 이 책에 주목하고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중국 내 폭넓은 네트워크와 미 국방성 및 정보기관 근무에서 얻은 깊은 정보가 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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