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트럼프가 서로 칭찬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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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두 사람은 비판에는 귀를 닫고, 거침없이 말을 하며 마초 이미지를 쌓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내외신 기자 회견에서 트럼프에 대해 "아주 활달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푸틴은 트럼프를 "특출 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재능 있는 인물"이라며 “현재 미국 대선 레이스를 이끌어가는 '절대적인 선두주자'”라고 평했다. 그는 "트럼프는 러시아와 더 긴밀하고 깊이 있는 수준의 관계로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 같은 발언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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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는 즉각 성명을 내고 "자기 나라 안팎에서 매우 존경 받는 분에게 그런 칭찬을 받는 것은 언제나 대단한 영광"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는 항상 미국과 러시아가 테러리즘과 싸우고 세계 평화를 회복하는 데 서로 잘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물론 양국간 무역이나 상호 존중에서 나오는 다른 이점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9월 대선 TV토론에서 “미국이 반대하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군사 지원을 하는 러시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푸틴 대통령과 얘기할 것이고 잘 지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는)다른 길을 택할 것이고, 이 나라가 지금 관계를 잘 못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많은 지도자와 잘 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푸틴은 오바마를 전혀 좋아하지 않고 존경하지 않고 오바마도 푸틴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나는 푸틴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9월 미국 CBS 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서 각자 녹화한 인터뷰가 같은 날 방송됐던 점을 거론하며 "우리는 '60분'에 함께 나온 동료였다. 그날 밤 우리는 아주 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푸틴에 대한 호감은 다른 공화당 대선 주자들과 대조된다. 트럼프를 제외한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푸틴을 '깡패'(gangster) 나 '폭력배'(thug)로 묘사하면서 악마 취급하기에 바쁘다. 푸틴과 트럼프가 서로 호감을 표시하는 데에는 개인적 성향과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 사람은 허세 부리기를 좋아하고 마초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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