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이쁘다’도 이젠 표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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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언어도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국립국어원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쓰고 있으나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았던 ‘잎새, 푸르르다, 이쁘다, -고프다’ 등 11항목의 어휘와 활용형을 표준어 또는 표준형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2015년 표준어 추가 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 1월 1일 자로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번에 새로 표준어로 인정한 항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현재 표준어와 같은 뜻으로 널리 쓰이는 말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 둘째, 현재 표준어와는 뜻이나 어감이 달라 이를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 셋째, 비표준적인 것으로 다뤄 왔던 활용형을 표준형으로 인정한 경우다.

 우선 현재 표준어와 같은 뜻으로 널리 쓰이는 말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인 ‘이쁘다’ ‘찰지다’ ‘-고프다’ ‘마실’에 대해 알아보자.

 그동안은 “아기가 인형처럼 이쁘다”와 같이 쓰면 틀린 표현이었다. ‘이쁘다’가 비표준어이기 때문에 ‘예쁘다’로 고쳐 써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쁘다’도 ‘예쁘다’와 동일한 의미의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다. ‘이쁘장스럽다·이쁘장스레·이쁘장하다·이쁘디이쁘다’도 이제 표준어이므로 교과서나 공문서 등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반죽이 매우 찰지다”는 표현 역시 잘못된 표현으로, ‘차지다’로 고쳐 써야 했다. 앞으로는 ‘반죽이나 밥, 떡 등이 끈기가 많다’는 의미로 ‘차지다’와 ‘찰지다’ 모두 쓸 수 있다.

 “엄마가 보고파 엉엉 울었다” “그것이 알고프다” 등의 ‘-고프다’도 표준어로 인정돼 사전에서 ‘~고 싶다’가 줄어든 말로 풀이된다고 한다.

 ‘마실’은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과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두 가지 뜻 중에서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이라는 뜻에 대해서만 표준어로서의 지위가 인정됐다. ‘마실꾼·마실방·마실돌이·밤마실’도 표준어가 됐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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