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접속사가 없어야 좋은 문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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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

 로마의 정치가이자 장군이며 문필가이기도 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전투에서 승리한 후 원로원에 보낸 전문이다. 이 말은 영원한 명언으로 남아 있다.

 카이사르가 만약 여기에 접속사를 넣어 “왔노라, 그리고 보았노라, 그래서 이겼노라”고 말했다면 그래도 명언이 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접속사 ‘그리고’ ‘그래서’가 군더더기로 작용해 문장을 늘어지게 함으로써 글의 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좋은 문장을 만드는 첫째 비결은 간단명료하게 작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문장에서 군더더기로 작용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접속사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래서 학교에 지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는 접속사 ‘그래서’와 ‘그러나’를 사용해 문장을 적절하게 연결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이들이 문장을 늘어지게 만듦으로써 글의 맛을 떨어뜨린다.

 특히 이처럼 일이 순서대로 진행될 때는 접속사가 긴장감을 감소시킨다. ‘그래서’와 ‘그러나’를 빼고 “아침에 늦잠을 잤다. 학교에 지각했다.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고 해야 긴장감이 살아나고 리듬감도 생긴다.

 “답답한 마음에 실무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마침 그는 자리에 없었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를 빼고 “답답한 마음에 실무자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그는 자리에 없었다”로 하는 것이 낫다.

 접속사가 남용되는 것은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에서뿐만이 아니다. 단락과 단락을 연결할 때도 불필요하게 접속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단락의 맨 앞에 접속사가 오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또 접속사가 나온다면 그 글은 온통 접속사로 넘친다. 우스갯소리로 하면 ‘물 반 접속사 반’이다.

 접속사가 많다는 것은 내용의 연결성과 긴밀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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