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시 존치 논란, 법무부는 왜 팔짱만 끼고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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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법시험 폐지를 4년간 유예하자는 법무부 발표에 대한 로스쿨 측의 반발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들로 구성된 학생협의회는 “내년 초에 예정된 변호사시험 응시를 철회하겠다는 일종의 위임장을 해당 학생들에게서 받았다”고 어제 밝혔다. 변호사시험을 위해 원서를 낸 3100여 명의 학생 중 2500명을 목표로 위임장을 제출받고 있다. 법무부 관련자의 퇴진을 주장하는 1인 시위와 단식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로스쿨 교수들이 변호사시험 문제 출제를 거부한 상황이어서 속칭 ‘변호사시험 거부 투쟁’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자칫 변호사시험이 연기되고 법조인 충원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법학교수회, 사시 준비생들은 법무부가 당초 입장에서 후퇴한 것과 로스쿨 학생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 파문의 진원지인 법무부는 팔짱만 낀 채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조인 양성의 또 다른 축인 사법부와 교육부 등이 자신들의 발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마저 나타낸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논의할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법원행정처 제안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제안한 쪽에 물어봐라”고 말했다. 법무부 측은 “우리는 의견을 내라고 해서 낸 것일 뿐이다. 의견을 낸 곳은 우리밖에 없지 않으냐”고 반문을 했다고 한다.

 과연 책임 있는 정부기관으로서의 자세이고 할 말인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일방적인 발표로 젊은 학생들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하는 평지풍파를 일으켜 놓고는 궤변으로 자기방어에만 치중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법원행정처는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 법사위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도 “사시 폐지 유예는 우리의 의견일 뿐”이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만 할 게 아니라 법치를 책임지는 주무 부처로서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대책 마련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