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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학교 통폐합만 잘해도 교육청 예산 연간 4700억원 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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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교육청이 예산 운영만 잘해도 연간 수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이 이뤄질 경우 연간 4700여억 원이 절감되고, 학교별로 개별구매하던 컴퓨터 등 품목을 공동구매할 경우 연간 900억원이 절감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 최대 8000만원…소규모 학교 통폐합 시 연 4762억 원 절감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지방교육청 재정운용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각 시ㆍ도 교육청이 2016년까지 통폐합하기로 한 456개 학교의 통폐합을 할 경우 연간 4762억 원의 예산이 절감 가능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각 지방 교육청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가 소규모 통폐합을 장려하고 있지만, 소규모 학교는 2011년 2206개에서 2014년 2369개로 오히려 늘어났다.

교육부는 소규모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여러 학년이 함께 배우거나 교사가 전공이 아닌 과목을 가르치는 등 교육 여건이 열악해 각 시도 교육청에 학교 통ㆍ폐합을 장려하고 있다. 통폐합 기준은 읍ㆍ면 소재 학교의 경우 60명, 동은 200명 이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도 평균 1081만원으로 전국 평균(689만원)의 1.6배에 달한다. 충남 보령시에 있는 한 소규모 중학교는 학생수가 12명인데, 학생 1인당 7848만원의 교육비가 들기도 했다.

지방교육청이 학교 통폐합에 소극적인 이유는 교육부의 통폐합 기준에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육청이 주민반대 등을 이유로 통폐합에 소극적인데도 통폐합 기준만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교육청은 2011년 학생 11명인 A 초등학교를 2015년까지 폐교하기로 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통폐합을 중단했다. 인천교육청은 A초등학교에 3억8000만원을 들여 교직원 관사를 신축해줬다. 이 학교의 학생 1인 당 들어가는 교육비는 7600만원이었다.

감사원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장려하기 위해 학생 수가 적은 학교를 대상으로 우선 통폐합 대상을 선정하는 현재 기준을 향후 학생 수 감소 추이, 통학거리 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통폐합 기준으로 변경할 것을 교육부에 통보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통폐합이 이뤄진 학교의 경우 학업성취도가 향상되는 등 교육의 질은 높아지고, 인건비 절감 등 예산 절감 효과도 있다”라며 “학생 수에 맞춰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통폐합을 장려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외에도 규모가 작고 인접한 교육지원청 통합도 방안으로 예산 절감 방안으로 제시됐다. 전라남도 교육청 등 8개 도교육청 관내에 있는 18개 교육지원청을 통합할 경우 연간 500억 원의 예산 절감이 가능했다.

◇교과서 과다 구매로 3년 동안 1195만권 폐기…경쟁입찰만 해도 우윳값 269억 원 절감
예산이 낭비되는 항목도 많았다. 인천시 등 16개 교육청은 법정부담경비를 납부할 여력이 있는 학교법인에 197억 원을 초과 지원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경우 주문 및 재고관리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교과서를 쓸데없이 많이 구매하고, 그대로 폐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는 2012~2014년 실제 필요한 교과서는 4만권이었지만, 주문은 5만5000권을 했다. 이 학교는 1만1000여권의 교과서를 그대로 폐기했다. 16개 교육청에 이같이 낭비된 교과서만 2012~2014년 동안 1195만 권이었다. 낭비된 예산은 3년 간 220억 원이었다.

각 학교별로 개별구매하고 있는 컴퓨터 등 11개 물품을 통합구매할 경우 절감할 수 있는 금액도 연간 900억 원에 달했다. 9000여개 학교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하고 있는 우유도 대표적인 낭비사례로 지적됐다. 급식우유를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변경할 경우 매년 103억 원의 나랏돈이 절감됐다. 학부모가 우윳값으로 내는 돈도 166억원 줄었다.

◇돈 모자라다 하면서도 제몫 못 챙긴 교육청
지방자치단체에서 교육청 몫으로 가야할 세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경상남도 등 10개 시ㆍ도에서는 2006~2014년 시ㆍ도 교육청으로 보내야 할 학교용지부담금 2912억 원을 지자체 수입을 처리해 썼다. 경상남도의 경우 지난해 학교용지부담금으로 392억원을 징수했지만, 징수금액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남교육청이 218억만 요구하자, 해당 금액만 지급했다. 차액 133억 원은 경상남도가 사용했다.

교육부가 교육청이 채무를 과소 계산해 일부 교육청이 지방채 발행 한도액을 과다하게 산정한 것도 이번 감사에서 지적됐다. 교육부는 교육청이 상환부담을 지는 보통교부금 부담지방채 4조8000억원과 임대형 민간투자(BTL) 임대료 9조4000억원을 채무에서 제외했다. 경기도교육청은 2015년에 보통교부금 부담 지방채 등을 채무에 포함할 경우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었지만, 이같이 과소평가된 채무액으로 토대로 8253억원까지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는 한도액이 부여됐다.

감사원은 이밖에 교육청에서 1:1 동수교류 원칙으로 교원 인사교류를 운영할 결과 전출ㆍ입을 희망하는 교원 4563명이 대기 중인 듯 비효율적으로 인력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총 82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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