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번 만난 남북, 합의 불발 … 오늘 다시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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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당국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 황부기 통일부 차관(왼쪽)과 북측 대표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통일부 대변인은 “양측이 첫 발언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현안에 대해 상호 입장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11일 개성공단에서 차관급 당국회담을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신 12일 오전 10시30분(북한시간 10시)에 회담을 속개하기로 했다.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판을 깨지 않고 회담의 맥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대표단은 개성공단 내에서 1박을 했다. 12일 10시30분 회담이 전체회의 형식이 될지, 수석대표 접촉으로 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남, 이산문제 근본적 해결 입장
북, 금강산 관광 재개 주장 맞서
통일부 “가닥 덜 쳐져서” 난항 시사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개성공단 현지 브리핑에서 “남북은 현안 문제를 포괄적으로 제기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의견을 교환했다”며 “상호 교환된 입장을 바탕으로 (12일) 회담을 재개해 추가 논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회담을 이어가자는 남북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남측 황부기 통일부 차관과 북측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남북 대표단은 11일 모두 세 번 만났다. 남북대표단 각 3명이 모두 참여한 첫 전체회의는 이날 오전 10시40분부터 11시10분까지 30분간 진행됐지만 이후 7시간 가까이 공전했다. 오후 6시3분에야 수석대표 간 접촉 형식으로 회담이 재개됐다. 수석대표 간 첫 접촉은 오후 7시15분까지 1시간12분 동안 이어졌다. 수석대표 접촉은 오후 9시40분부터 15분 동안 재개됐지만 두 차례 모두 합의로 이어지지 못했고 회담은 장기전에 돌입했다.

 정식 남북 당국회담은 8년 만이다. 박근혜 정부에선 처음이다. 남북 양측 차관급 이상 고위 당국자가 정식으로 ‘차수’를 매긴 회담에 나선 건 2007년 5월 제21차 남북 장관급 회담 이후 8년7개월 만이다. 그러나 양측은 의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준희 대변인은 오전 1차 전체회의 후 회담 재개가 지연된 데 대해 “아직 가닥이 덜 쳐져서…”라며 입장 차가 컸음을 시사했다.

회담은 1차 전체회의에서 양측이 기조연설을 통해 각자 원하는 의제를 제시한 뒤 이를 토대로 서울·평양에서 각각 훈령을 받아 협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처음 언급했던 ‘남북 3대 통로’인 민생·문화·환경 분야 교류도 의제로 올렸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전했다.

반면 북측은 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요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회담에서 북측 전종수 수석대표는 전체회의 인사말을 통해 “겨울이지만 북남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게끔 쌍방이 잘 노력하자”며 “우리가 곬(골)을 메우고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고 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 차관은 백범 김구 선생의 애송시로 알려진 ‘답설야중’(踏雪野中)을 인용하며 “처음 길을 걸어갈 때 온전하게 잘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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