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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을 럭셔리하게 꾸며보세요, 삶이 아름다워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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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의식주(衣食住).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옷과 음식, 집을 이르는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대중의 관심은 의·식·주 순서로 움직였다. 일찍이 옷에 대한 관심은 ‘메이커’ ‘브랜드’로 표출됐고, 최근에는 요리와 식도락이 대중적 관심사가 됐다. 실제로 해외 명품이 국내에 들어올 때도 명품백과 구두, 의류에서 시작됐다. 이후 뉴욕과 파리의 맛집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분야는?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 CEO 리카디

발 빠른 전문가들은 의식주 중에서 남은 하나인 집으로 트렌드가 옮겨갈 것으로 내다본다. 집을 꾸미고 가꾸는 데 대한 욕구가 커지고 관련 산업도 다양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서울에 단독 매장을 연 프랑스 럭셔리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Baccarat)는 이 같은 현상을 재빠르게 포착한 기업 중 하나다. 오픈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다니엘라 리카디 바카라 최고경영자(CEO)를 지난 3일 만나 프랑스식 럭셔리가 집안으로 들어오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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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CEO 리카디

바카라의 국내 첫 단독 매장은 서울 남산에 자리 잡았다. 거친 콘크리트 노출 공법의 4층 건물을 통째로 매장으로 쓴다. 4층 높이의 통유리 창 너머로 눈이 소복이 쌓인 남산 성곽을 바라보는 자리에 리카디 CEO와 마주 앉았다.

바카라는 1764년 프랑스 로렌 지방에서 시작된 크리스털 브랜드다.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왕실과 국가 원수, 귀족들이 특별 주문한 샹들리에, 테이블 웨어, 화병 등을 만들며 성장했고, 지금은 일상 생활에서 쓸 수 있는 조명, 바 웨어, 테이블 웨어, 데스크 용품, 장식품 등으로 확장했다. ‘크리스털의 왕, 왕의 크리스털’로 불릴 정도로 왕실 인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리카디 CEO는 “프랑스식 삶의 예술(French Art de Vivre)의 정수를 선보이는 브랜드”라고 설명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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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장식품 ‘엘리펀트 미드나이트’는 빛의 양에 따라 오묘한 블루 컬러로 변한다.

프랑스식 삶의 예술이란 뭔가.

“프랑스인들은 아름답게 살아가는 데에 높은 가치를 둔다.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아름다운 물건을 곁에 두고 사용하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작은 프랑스 왕가였다. 화려한 테이블 웨어와 샹들리에로 꾸며진 파티에 초대받은 다른 왕과 귀족들이 집에 돌아가 이를 흉내 내면서 점차 퍼져나갔다.”

아직도 왕실에서 사용하나.

“프랑스 나폴레옹 3세가 루브르와 튈르리 왕실을 위해 의뢰한 제품에서부터 모나코 왕실의 그레이스 켈리,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한 작품들이 있다. 터키 이스탄불 돌마 바흐체와 베일러베이 궁전에는 31개의 샹들리에와 12개의 칸델라브룸(스탠딩 샹들리에)이 궁을 비추고 있다. 프랑스 엘리제궁에서는 정부 공식 연회에 바카라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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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잔 세트 ‘카페 바카라’. 1841년 제작된 아코어잔에서 영감을 얻었다.

프랑스 스타일이 다른 곳에서도 통할까.

“어느 나라에나 심미안을 가진 계층은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아름다운 물건의 진가를 알아보는 프랑스식 가치와 문화는 다른 곳에서도 곧잘 받아들여진다. 실제 집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꾸민 ‘메종(Maison·집) 바카라’는 파리, 모스크바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서울 남산이 처음이다. 서울은 세계 ‘럭셔리 수도’ 중에서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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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한 ‘시몬’ 화병 한 쌍

한국은 집에 초대하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는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다. 밖에 나가서 돈을 쓰기보다는 집안을 더 아름답게 하는데 돈을 지출한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나.

“개인화된 젊은 세대의 특징이거나 바깥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일 수 있다. 어찌 됐든 젊은 세대는 집에 머무는 즐거움을 재발견하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더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있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요리가 인기를 끌고, 대형 레스토랑보다 작은 레스토랑이나 프라이빗 키친을 선호하는 현상도 그렇다. 럭셔리 고객들은 특히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폐쇄적인 환경을 점점 선호한다. 그 중 한 곳이 집이다.”

강준구 바카라코리아 대표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라이프스타일을 여러 사람에게 보일 수 있게 된 점도 젊은이들이 집 꾸미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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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송이 꽃만 꽂도록 디자인한 ‘바보’ 화병. 1910년 작품을 2005년 필립 스탁이 재해석했다

부자들의 소비 패턴은 바뀌었나.

“부동산 시장이 점점 럭셔리하게 변화하는 현상도 있다. 화려한 여행이나 대형 자동차보다 집을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그 내부를 꾸미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바카라 브랜드로 레지던스를 꾸미자는 제안도 꾸준히 들어온다. 최근 특대형 사이즈 샹들리에 주문도 꽤 많다.”

바카라가 250년 넘게 지속한 비결은.

“시간을 초월한,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과 탁월한 품질 덕분이다. 필립 스탁, 하이메 아욘 등 세계 최고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 전통적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해왔다. 궁전이나 할머니 집에나 어울릴 만한 디자인이어서는 새로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램프는 174년 전인 1841년 프랑스 마지막 왕인 루이필립의 의뢰로 제작된 아코어 잔에서 영감을 얻었다.”

앞으로 수백 년 갈 작품을 임기 중에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기존 제품을 변주하는 것도 독창성이다. 아코어 잔에서 영감을 얻은 현대적인 에스프레소잔 ‘카페 바카라’는 클래식의 재해석으로 성공한 작품이다. 250년의 아카이브 속에 있는 클래식한 아이템 중에서 오늘날 아파트, 집, 호텔에 어울릴만한 작품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게 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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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특별 주문한 높이 3.8m의 칸델라브룸(스탠딩 샹들리에)

크리스털 제조 노하우는 어떻게 전수되는가.

“현재 바카라는 20명의 공인된 프랑스 최우수 장인(MOU)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다. 젊은 지원자에게 장인이 철저히 도제식으로 기술을 전수한다. 그렇게 세대에서 세대로 기술이 이어진다. 지금도 주요 공정 대부분을 일일이 손으로 작업한다. 대형 가위로 크리스털을 자르고 균형잡힌 곡선을 만들어낸다.”

뉴욕 바카라 호텔이 요즘 핫플레이스인데.

“애초에 바카라는 궁전과 성의 내부 장식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고급 호텔이나 레지던스에 바카라의 DNA를 옮기는 것은 흥미로운 시도다. 현대식 라이프스타일에 어떻게 어울리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년에는 모로코에 호텔을 개장하며 두바이와 카타르에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바카라 제품은.

“매일 쓰는 유리잔, 에스프레소잔 ‘카페 바카라’를 좋아한다. 마티니잔, 와인잔, 샴페인잔 등 서로 다른 술잔이 섞여 있는 칵테일 박스도 재미있다. 명품이라고 캐비닛에 넣어 놓을 게 아니라 매일매일 사용해야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리카도 CEO는 이탈리아 로마대에서 정치외교학·국제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마친 뒤 미국에서 마케팅 매니지먼트 펠로십을 하면서 다국적 기업으로 진로를 틀었다. 그는 ?기업이 더 적성에 맞았다. 남편 말로는 내가 별로 외교적이지 않다는데, 맞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국적 생활용품업체 P&G에서 25년간 근무했으며, P&G 중국 지사 회장을 지냈다. 2013년부터 바카라를 맡은 전문경영인이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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