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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남미의 배트맨, 노스페이스 창업주 카약사고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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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글라스 톰킨스 [노스페이스 페이스북 캡처]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공동창업자 더글라스 톰킨스(72)가 남미에서 카약 전복 사고로 사망했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각) 톰킨스가 빙하로 유명한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의 헤네랄카레라호에서 강풍을 만나 물에 빠진 후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고 당시 유명 산악인 릭 리지웨이 등 6명이 카약에 타고 있었지만 톰킨스만 목숨을 잃었다.

그는 타고난 산악인이었다. 12살때 부터 등반을 시작한 그는 코네티컷 명문 사립 펌프렛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공부보단 여행과 스포츠에 흥미가 있었고 결국 17살때 중퇴했다. 대학에도 진학하지 않았다. 이후 친한 동료들과 함께 유럽과 남미 등 전세계를 여행하며 산악인의 삶을 살았다. 1962년에는 안데스 산맥과 남아메리카를 돈이 떨어질 때까지 여행했다. 당시 함께 여행했던 이본 쉬나드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자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작은 스키·등반 소매점을 열었고 66년 케네스 합 클롭과 함께 노스페이스를 창립했다. 당시에도 그는 틈만 나면 히치하이킹을 하며 여행을 다녔는데 그때 만난 이가 첫번째 부인 수지 톰킨스 뷰엘이다. 그녀는 히치하이킹을 하던 톰킨스를 태워준 인연으로 결혼해 89년까지 그와 함께했다. 뷰엘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톰킨스는 68년엔 아내와 함께 패션브랜드 에스프리를 만들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키며 수조원 대 부자가 됐다. 89년 노스페이스와 에스프리의 지분을 팔고 은퇴했다. 이후 젊은 시절 여행했던 남미의 환경보호를 위해 파타고니아로 이주한 후 딥 이콜로지 재단을 만드는 등 환경운동가로 살아왔다. 이런 그에게 미디어는 ‘남미의 배트맨’이라는 별칭을 붙여 주기도 했다.

톰킨스는 1억 5000만달러(1800억원) 이상의 돈을 들여 서울시의 15배에 달하는 8900㎢ 넓이의 칠레와 아르헨티나 삼림을 매입한 후 생태 공원으로 복원해 정부와 환경단체에 기증해왔다. 아르헨티나의 몬테 레온 국립공원과 칠레의 코르코바도 국립공원 등이 그가 기증한 국립공원이다. 최근에는 제주도의 4.5배 크기나 되는 파타고니아를 보호구역으로 만들기 위해 생태계 복원프로젝트를 추진중이었다. 현재 아내는 파타고니아 보호재단을 설립한 크리스틴 맥디빗 톰킨스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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