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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문턱에 선 제1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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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단호했다. 이틀 전(6일) 안철수 의원이 최후통첩성으로 던진 ‘당 대표직 사퇴, 혁신전당대회 개최’ 제안을 거부했다. 잠행 중인 안 의원에겐 당 잔류냐, 탈당이냐의 선택만 남았다. 국회의원 127명의 제1야당은 탈당과 분당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뉴스분석]
안철수의 혁신전대 최후통첩
문재인, 이틀 만에 공식 거부
“경쟁하자는 전대 수용 못해
공동창업주 탈당 명분 없다”
안측 “결국 신당행 택할 것”

 문 대표는 8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경쟁하자는 전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가 가진 대표의 권한으로 어떤 상처를 받더라도 끝까지 뚝심 있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 또는 천정배(신당) 등의 세력과 함께 통합하는 전대가 될 수 있다면 대표직도 내려놓을 수 있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새 대표를 뽑기 위해 안 의원 등과 경쟁하는 식의 전당대회는 열 수 없다고 못 박은 셈이다.

 특히 안 의원의 선택을 압박했다. 그는 안 의원을 향해 “당을 만든 공동창업주인데 탈당하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기강도 강조했다. 문 대표는 “화합을 위해 당을 해치는 행위를 참아 왔는데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혁신과 단합을 위해서라도 기강을 세워 가겠다”고 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비주류 측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지만 대표직 사퇴만은 안 된다는 게 문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안 의원은 문병호 의원과의 통화에서 문 대표의 토론회 발언에 대해 “예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문 의원이 전했다. 문 의원은 “중진과 중간지대 의원들까지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으니 금요일까지는 지켜봐 달라고 안 의원에게 말했다”고 했다. 당 중진들은 이날 ‘문 대표의 2선 후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안을 문 대표와 안 의원 측에 전달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문 대표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안 의원은 결국 신당행을 택할 것”이라며 “본인이 ‘강철수’라고 했듯이 이번에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 측에선 탈당할 경우 일단 제3지대에 머물며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밀려나는 중도 성향 의원들과 결합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하고 있다.

 비주류 인사들도 당직 사퇴 선언 등으로 문 대표와 맞섰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당을 살리고 화합하려는 의지가 없는 문 대표는 결단하라”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 비주류 당직자들도 순차적으로 물러날 것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9일 박지원·박영선 의원 등과 모임을 한 뒤 최고위원회의 불참을 선언할 예정이다.

김성탁·이지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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