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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환자 연명의료 중단, 이르면 2018년부터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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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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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단계에 있는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생명 연장 장치를 달지 않고 편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하는 의사나 가족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내년 2월까지 본회의 처리 예상
전문의가 ‘임종 단계’ 판단한 뒤
환자·가족 뜻 확인한 후에 시행
의사 등 형사처벌 안 받게 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8일 이런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법률안은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이후 법사위·본회의를 통과해야 시행된다. 정기국회(9일 폐회)에서 처리할 수 없어 이달이나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 공포 2년 후 시행하게 돼 있어 이르면 2018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명의료 중단(일명 존엄사) 관련 법률이 국회 소위를 통과한 것은 대법원이 2009년 5월 세브란스 김 할머니의 존엄사를 판결한 이후 6년 반 만이며,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 의사가 말기환자의 퇴원을 도왔다가 2004년 살인방조죄로 형이 확정된 이후 11년여 만이다. 그동안 종교계·생명윤리학계에선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면 안락사로 갈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연명의료 중단이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질병 등의 급속한 악화로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의 죽음 시기를 늦추는 무의미한 의료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연명의료 중단이 불법 행위여서 자칫하다가는 의사는 살인방조죄, 가족은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끝까지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식들도 불효자로 비치는 것을 우려해 연명의료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한 해 5만여 명이 연명의료를 받으며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행위를 아예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게 된다.

 존엄사를 시행하려면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가 ‘환자가 임종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의학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이후 환자의 뜻을 확인하는데, 거의 모든 임종 환자가 의사를 표시할 수 없기 때문에 문서가 있거나 가족의 확인이 필요하다. 의사가 환자의 연명의료 거부 뜻을 확인한 뒤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POLST)가 있으면 된다. 환자가 건강할 때나 입원했을 때 작성한 사전의료의향서(AD)도 유효하다. 이런 게 없으면 가족 2명이 환자의 뜻(연명의료 거부)을 알려주면 된다. 환자의 평소 뜻을 모를 경우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한다. 사전의향서나 가족 진술은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가 확인해야 한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구(가칭)를 만들어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의료의향서를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이를 제공하게 된다. 사전의료의향서가 합법적 문서로 통용되게 됐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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