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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18년만 재연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리 언쟁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97년 서울 이태원 한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발생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현장검증이 18년 만에 다시 재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심규홍)는 4일 오후 2시30분부터 5시55분까지 서울중앙지검 별관 1층에 마련된 세트장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세트장에는 당시 사건 현장인 이태원 햄버거가게 남자 화장실이 그대로 재현됐다.

아서 존 패터슨(36)과 에드워드 리(36)는 각자 주장대로 사건 당시 상대방의 행위와 본인의 행위를 차례로 재연했다. 두 사람이 각기 재연할 때 이들과 키, 체격이 비슷한 대역들이 동원됐다.

먼저 패터슨이 사건 당시 피해자 조중필(당시 22세)씨를 칼로 찌르는 리의 범행 장면을 재연했다. 패터슨은 리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갔고, 대변기 칸 문을 열어본 뒤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신의 주장 그대로 움직였다. 이어 자신은 세면대와 소변기 사이에 서 있었다고 했다.

뒤이어 리는 패터슨이 화장실에 들어와 대변기 칸 문을 열고 닫은 뒤 피해자를 칼로 찌르고 그길로 칼을 들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는 장면을 재연했다. 이어 자신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다가 세면대 앞 거울로 패터슨이 조씨를 찌르는 장면을 봤다고 말했다.

리의 범행 재연 도중 패터슨이 한국말로 “거짓말 하지 마”라고 했고, 리는 영어로 패터슨을 향해 욕설을 하는 등 서로 언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재판부는 패터슨과 리의 범행 재연 장면을 수차례 반복하며 이들의 동작이 부자연스럽지 않은지, 이동 동선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혈액과 유사한 붉은색 액체를 주사기에 담아 피해자 대역 위치에서 벽에 뿌려 보며 혈흔 모양을 관찰하기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현장검증에는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 혈흔 전문가, 통역인 등 10여명만 참석했다. 피해자 조씨의 유족 한명과 변호인도 현장검증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내년 1월 패터슨의 어머니와 리의 아버지 등을 증인 신문하고, 2월 중 선고할 예정이다.

1997년 4월 3일 오후 9시50분 당시 17세였던 패터슨과 리는 조씨가 살해된 이태원 햄버거집 화장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 당초 살인범으로 단독 기소됐던 리는 98년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후 패터슨이 다시 진범으로 기소됐다.

백민정 기자, 김미진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4)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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