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기 최고는 채권혼합형, 수익률은 일본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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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회사원 전모(33)씨는 올해 여러 펀드에 투자했지만 이 펀드 중엔 국내주식형 펀드가 거의 없다. 중소형주 펀드에 투자한 걸 빼면 보유하고 있던 국내주식형 펀드 대부분은 상반기 코스피 지수가 오를 때 처분했다. 대신 중국과 유럽펀드 투자를 늘렸다. 전씨는 “지난 몇년 간 투자하면서 국내주식형 펀드에선 재미를 크게 보지 못해 새로운 자산에 투자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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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본지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2015년 펀드 자금유출입 흐름을 분석한 결과 국내주식형 중심이던 펀드업계 판도가 변하고 있었다. 국내주식형 펀드는 규모가 줄고 채권혼합형 펀드와 해외주식형 펀드가 급성장했다. 대표적 위험자산이던 펀드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국내 쏠림이 완화되며 다양한 펀드로 자산배분도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주식형선 중소형주펀드 선전
1조6000억 유입, 수익률 11%
유럽펀드 상승세 … 중국은 주춤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말까지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펀드는 국내채권혼합형 펀드였다. 5조3000억원이 몰렸다. 국내채권형 펀드도 1조2600억원 가량을 끌어모았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장기화로 예금 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익을 원하는 안정적인 투자자가 채권혼합형과 채권형 펀드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주식형에선 5조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저성장의 여파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선 중소형주 펀드가 1조6000억원이 유입돼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다. 올 상반기 중소형주가 장을 이끌면서 연초 이후 11.03%의 수익률을 기록한 게 인기 비결이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1850~2100 사이를 오가는 박스권 장세가 5년 가까이 이어지며 일반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꾸준히 감소했다”며 “반면 중소형·배당·헬스케어 같이 특정한 스타일이나 업종 펀드로 자금이 몰렸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 시장이 성장을 멈추면서 해외 주식형 펀드도 인기를 끌었다. 올해 해외주식형 펀드엔 2조2400억원이 유입됐다. 상승세가 뚜렷했던 유럽 펀드(수익률 14.18%)와 일본 펀드(14.96%)에 각각 1조4800억원, 7200억원의 몰렸다. 중국 펀드에선 3500억원이 빠져나갔는데, 홍콩 상장 주식과 본토 상장 주식을 나눠 보면 양상이 다르다. 홍콩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선 올 들어 1조1200억원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중국본토 펀드엔 7700억원이 유입됐다.

 황윤아 제로인 연구원은 “2006~2007년 주로 팔린 홍콩펀드는 이후 시장이 급락해 손실로 빠져나오지 못했던 투자자가 올 들어 중국 시장이 오르자 꾸준히 환매를 했지만 중국본토 펀드엔 신규 투자금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운용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있었다. 국내주식형 펀드만 놓고 보면 대형사보다 중소형사가 선전했다. 특히 메리츠자산운용의 돌풍이 거셌다. ‘존 리 펀드’로 유명한 메리츠코리아 펀드와 메리츠코리아스몰캡 펀드가 각각 1조1000억원, 4000억원 가량을 끌어모았다.

 국내채권혼합형 펀드를 가장 많이 판 건 KB자산운용이었다. 전체 유입 자금의 55%가 넘는 3조1000억원이 KB운용으로 몰렸다. 배성철 KB운용 리테일본부 이사는 “KB가치배당40, KB밸류포커스30 등 가치주와 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펀드가 선전하면서 투자자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주식형 펀드 시장에선 국내 운용사가 선전했다. 자금 유입 1,2위에 삼성자산운용(7700억원)과 KB자산운용(7200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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