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서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 한우 티본스테이크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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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티본 스테이크(사진)와 한돈 등삼겹. 정육점이나 마트, 백화점에 가도 구할 수 없는 부위다. 수입산을 사거나 전문 음식점에 가야 맛볼 수 있다. 이유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육 부위·등급별 구분 방법 고시’에 있다. 국산 쇠고기는 10개 부위, 돼지고기는 7개 부위로 나눠 팔도록 규정했다. 티본 스테이크는 ‘T’자 모양 뼈를 중심으로 한 쪽에 안심, 다른 쪽에 등심이 붙어있는 부위다. 정부 고시를 따르다 보니 한우 티본 스테이크 부위는 안심과 등심으로 따로 잘라 팔아야 했다. 국산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등삼겹 부위는 등심과 삼겹살로 나눠야 판매가 가능하다.

안심·등심 모두 붙어 그간 못 팔아
부위 구분 등 18가지 규제 풀기로
게임 아이템 구입한도 늘려 50만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렇게 불합리한 규제를 찾아 바꾸기로 했다. 3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한 규제개혁 현장 점검회의에서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식육 부위·등급 구분 고시를 비롯해 18가지 시행령·규칙·고시를 개정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한우 티본 스테이크, 한돈 등삼겹 같은 다양한 부위를 사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수입산 고기와 경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위를 개발하게 문호를 열었다.

 송정원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장은 “불합리하게 진입 장벽을 만들고 사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했다”며 “국민 생활의 질을 낮추고 공공 분야에서 지나치게 독점하는 부분도 손질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아이템, 가상 화폐(캐시) 등을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한도가 월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라간다. 국내 게임회사에만 적용하는 규정이라 해외 게임업체와의 역차별 논란이 있어서다.

 정부에 온천장 등록을 할 때 실내 수영장은 갖추지 않아도 되도록 ‘관광진흥법 시행령’도 바꾼다. 대중목욕시설과 온천수 이용 허가만 있으면 된다. 온천욕을 할 때 꼭 필요하지 않은 실내 수영장 규정 때문에 현재 국내 온천장 수가 6개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수입산 농산물 표면에 반드시 원산지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는 규정도 개선했다. 파인애플·메론·단호박 같은 과일은 표면에 스티커를 붙여도 쉽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과일 표면이 아니라 포장 용지 위에 붙여도 되도록 제도를 고친다. 또 ‘중국→한국→괌’ 항공 경로로 여행하는 중국인도 비자 없이 한국을 30일간 관광할 수 있도록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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