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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흥정에 빛바랜 한·중 FT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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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양국이 FTA 협상을 시작한 지 3년6개월, 협정이 타결된 지 1년 하고도 19일 만이다. 양국 정부가 서둘러 행정절차를 밟으면 올해 내에 FTA 발효가 가능하다. 한국으로선 ‘14억 명 거대 시장’의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한·중 FTA 발효로 제조업 분야에서 예상되는 1년차 수출 증가액은 13억5000만 달러(약 1조56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비준안 국회 통과, 연내 발효
여야, 이득공유 위헌 논란에 상생기금 연 1000억 추가 꼼수
김종훈 “기업들 돈 뜯을거면 FTA 할 필요가 뭐가 있나”

 하지만 여야가 막판 타결을 이뤘지만 처리 과정을 놓곤 “한국 정치의 비효율성을 또 보여준 협상”(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란 지적이 나왔다. 벼락치기로 마련한 후속 대책들에 문제점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이 주장한 ‘무역이득공유제’(FTA 수혜 기업의 이득을 피해 농어민에게 나눠주는 제도)를 여당이 ‘상생협력기금 확대 적용’이란 변칙으로 수용한 것을 놓고 비판이 많다. 여야는 비준 동의안 의결의 전제조건으로 기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에 매년 1000억원을 추가로 조성하고, 그 수혜 대상에 농어민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 정인교(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에 준조세 성격으로 매년 1000억원씩을 모은다는 건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라고 비판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도 “자율이란 이름으로 기업에서 돈을 뜯는다면 FTA는 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여야 협상 태도도 문제였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는 지난달 28일 한·중 FTA 비준 동의안에 대해 사실상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야당은 FTA 처리를 볼모로 누리과정(3~5세 보육과정) 예산 국고 지원 문제 등을 연계했다. 새누리당도 야당을 상대로 쟁점 법안들을 늘어놓고 협상하는 ‘흥정’을 했다.

 이렇게 정치 셈법이 뒤엉킨 탓에 이번 한·중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상처뿐인 영광’이란 얘기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가 늦어지는 바람에 중국 측에 현지 행정절차를 서둘러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관계자는 “ 이런 요청을 하는 것 자체가 외교 결례”라고 말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늦었지만 국회에서 통과된 것을 환영하며 연내 발효될 수 있도록 후속절차가 최대한 신속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궁욱·하남현·김경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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