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등친 '逆 보이스피싱' 일당 적발

중앙일보

입력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대포통장을 제공하겠다"고 접근한 뒤 금품만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25일 사기 등 혐의로 권모씨(24) 등 5명을 구속하고 최모씨(19)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3년 7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수사기관 등을 사칭해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대포통장을 통해 이체받은 10억원을 모두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 등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중국 채팅 사이트를 통해 접촉을 시도했다. 이들은 먼저 "보이스 대출장(통장)을 푼다"는 메시지를 보내 연락이 닿은 조직에게 "한국에서 대포통장을 모집하고 현금도 인출해서 보내주겠다"며 범행을 모의했다.

또 "입금된 금액의 30%만 받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으로 보내겠다"는 제안도 했다.

실제로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사업상 세금을 줄이기 위해 통장이 필요하다. 1개당 60만원에 산다"는 글을 올려 대포통장 200개를 구입했다.

하지만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을 속여 대포통장으로 입금받은 돈을 모두 인출해 중국 조직에 보내지 않고 자신들의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런 방법으로 권씨 일당에게 역(逆) 보이스피싱을 당한 중국 조직만 50곳에 이른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속은 사실을 눈치 채도 신고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권씨 등에게 범행을 지시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고 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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