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슬산 등대불’ 올린 달성군, 치안 체감도 꼴찌에서 1등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기사 이미지

비슬산 등대불을 설치하고 있는 경찰.

“살고 계신 동네가 범죄로부터 안전한가요?”

LED 경광등 이용 순찰 프로그램
밤마다 인적 드문 곳 설치·수거
무술가 35명 참여 순찰단도 한몫

 경찰청이 최근 3년간 한 해 두 차례씩 대구시민에게 이렇게 물었다. 8개 구·군의 10개 경찰서 관내 주민 40명씩 무작위로 선정해 전화를 했다. 범죄·교통사고와 법질서 준수 여부 등을 만족·불만족·보통·불안 등으로 나눠 100점 만점 기준으로 체감 안전도를 수치화했다. 치안 수준을 동네별로 평가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조사에서 “범죄로부터 안전하다. 법질서가 잘 지켜진다”고 응답한 주민이 가장 많은 곳은 ‘수성구’로 나타났다. 수성구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6번 조사에서 평균 70점을 웃돌며 다섯 차례 1위를 차지했다. 올해 하반기만 달성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수성구는 70.9점을 받은 데 비해 달성군은 73.6점을 기록했다. 윤종진 대구경찰청 경무과장은 “방범용 폐쇄회로TV(CCTV)가 557대로 인구에 비해 다른 지역보다 많고 인터넷 채팅방을 개설해 서장이 직접 주민들과 치안문제를 놓고 소통하는 점 등이 체감 안전도를 높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눈에 띄는 건 달성군이다. 이 지역은 2년 전만 해도 대구에서 꼴찌였다. 점수는 상반기 59.5점, 하반기 60.8점이었다. 이런 지역이 1위로 올라선 것은 순찰망 확대 덕분이다. 달성군은 면적이 대구시의 절반에 육박하는 487㎢다. 하지만 현장 치안을 담당하는 파출소는 11개로 넓은 지역을 순찰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 만큼 주민들 눈에 경찰관이 보이지 않았고 불안감도 컸다고 한다.

 주민을 안심시킨 것은 올해 초 도입한 ‘비슬산 등대불’이란 순찰 프로그램이다. 붉은색 LED로 된 자석 경광등 70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오후 9시부터 인적이 드문 곳부터 순찰차를 타고 돌면서 건물 등에 경광등을 하나씩 붙인다. 그러곤 다음날 오전 5시 다시 그 자리로 가서 수거한다. 경광등이 밤새 번쩍이면 도둑 등 범죄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광등을 설치하고 수거하는 작업 자체가 순찰을 도는 효과도 낸다.

 무도인 순찰단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태권도 4단 이상 무도인 35명이 치안을 지원하고 있다. 경찰서 이동민원실을 지하철 역과 동사무소 등에 설치해 치안 상담도 하고 있다. 이근영 달성경찰서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순찰을 강화하면서 주민들의 체감 치안 안전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의 치안 꼴찌 동네는 6차례 조사에서 세 차례나 최하위를 기록한 달서구 성서 지역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 63.7점, 지난해 하반기 59.3점이었다. 성서 지역은 대구에서 가장 큰 성서산업단지가 위치해 외국인 근로자가 많고 이들이 패싸움을 벌이는 등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경북의 경우 울릉도가 6차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올 하반기 79.1점, 지난해 하반기 79.5점 등 80점에 육박했다. 인구가 1만 명 정도로 적고 범죄 후 도주하기 어렵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혔다. 꼴찌는 구미와 포항시 남구 지역이었다. 삼성·포스코 등이 있는 산업도시로 유흥가가 발달한 게 치안 불안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